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세상을 바꾼 사진


AP통신 기자 제프 와이드너는 중국 비밀경찰들의 눈을 피해 톈안먼 광장이 잘 보이는 호텔 6층 객실 베란다에 섰다. 곧이어 탱크들이 줄지어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그때 쇼핑백을 든 청년이 천천히 걸어 나오더니 탱크가 지나갈 거리 한가운데 우뚝 섰고 앞서 오던 4대의 탱크도 그 앞에 멈췄다.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는 그 순간 와이드너는 연신 셔터를 눌렀다. 그리고 함께 있던 미국 유학생에게 필름을 AP통신사에 전해줄 것을 부탁했다. 일명 '탱크맨(Tank Man)' 사진은 1989년 톈안먼 민주화 시위의 현장과 이념을 이렇게 세상에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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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의 사진이 국가의 운명을 바꾸기도 한다. 1987년 6월9일 연세대에서 대통령 간선제를 거부하며 '호헌반대' 시위를 벌이던 대학생 이한열씨가 최류탄을 맞고 쓰러졌다. 동료가 급히 그를 부축했지만 몸은 축 늘어졌고 뒷머리에서는 피가 흘러나왔다. 이 장면을 포착한 로이터통신 기자의 사진으로 전국이 들끓었고 결국 대통령 직선제를 수용하는 '6·29 선언'이 발표됐다. 스틸 사진 한 컷으로 전쟁의 판도가 달라진 경우도 있다. AP통신 종군 기자 에디 애덤스는 1968년 당시 베트남의 한 장군이 북베트남 군인을 거리에서 즉결 처형하는 모습을 찍어 전 세계로 내보냈다. 이로 인해 미국은 1975년 사이공 철수 때까지 반전운동에 시달려야 했고 베트남 전쟁 참전 동력은 크게 위축됐다.

터키 해변에서 차가운 시신으로 발견된 세 살배기 시리아 꼬마 난민의 사진이 유럽에 후폭풍을 부르고 있다. 그동안 뒷짐만 지고 있던 독일과 오스트리아가 난민의 제한 없는 입국을 허용했고 영국도 입장을 바꿔 추가로 더 받아들이고 지원도 늘리겠다고 밝혔다. 미국 역시 난민 지원에 더 많은 역할을 하겠다고 나섰다. 단 한 컷의 사진으로 온 세계가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사진 속에 현실이 있고 이것은 때때로 현실보다 더 불가사의한 힘을 지닌다"던 미국의 사진작가 알프레드 스티글리츠의 말이 옳았다. /송영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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