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오늘 만나지 않은 겁니다.”(정부 고위관료)
다음달 초 국정홍보처의 ‘취재지원선진화’ 방안 시행을 앞두고 일부 부처 기자들의 취재 통로는 차단되고 있다.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기자 잘못 만났다가 시범 케이스로 걸릴 경우 큰 코 다친다”는 말이 심심치 않게 돌아다닌다. 우스갯소린 줄 알았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공무원들의 “만난 적 없다”는 말은 진심이 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더 나아가 일부는 “점심이나 한끼 합시다”라는 인사치레에 “좀 가라앉으면 합시다”라는 답이 돌아온다. 쉽사리 움츠러드는 공무원의 생리와 결합돼 만남의 통로는 막혀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취재선진화 방안을 바라보는 공무원들의 마음은 편할까. 벙어리 냉가슴이라 한다. 한 고위관료는 “도대체 뭣하는 짓거리인 줄 모르겠다. 앞뒤가 바뀌어도 한참 바뀌었다”라고 말했다. “국가 역시 정책 홍보의 필요성이 민간기업 못지않은데…”라고도 했다. 더구나 브리핑 병목 현상이 나타날 경우 결국 피해를 보는 부처는 소위 힘없는 부처 아니냐는 자조 섞인 반응이 나올 정도다.
여기서 그칠까. 과천청사를 출입하는 기자들에게 1동 통합브리핑으로 이동해줄 것을 요구한 지 하루가 지난 28일. 1동에 마련된 통합송고실은 절반가량 비어 있다. 비록 짐은 통합브리핑실에 옮겨놓았지만 이전부터 상주하고 있던 기자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기자들이 몸은 옮겨오지 않은 채 서울 등에 위치한 출입처에 흩어져 있다. 때문인지 일부 부처는 이전과 같은 제대로 된 브리핑을 하지 못하고 있다. 엄청난 손실이 아닐 수 없다.
과천 정부청사의 통합브리핑실도 말 그대로 시장이다. 27일까지 옮겨달라고 했음에도 불구, 새 브리핑룸의 공사는 하루가 지난 아침까지 진행됐다. 부랴부랴 공사를 겨우 끝낸 새 브리핑룸에서는 어수선한 가운데 몇몇 부처의 브리핑이 진행됐고 반대편의 브리핑룸 공사장에서 들리는 뚝딱뚝딱, 드르륵드르륵 공사 소음도 내내 이어졌다. 공사를 막 마친 새 브리핑룸은 새집증후군도 제대로 체험할 수 있다. 30분간 진행된 브리핑이 끝난 뒤 눈과 목은 따끔거리고 몇 마디 하지 않았는데도 목소리는 이내 잠겨 고통마저 호소하고 있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취재선진화 방안의 한계가 앞으로 얼마나 더 커질지 모르는 이럴 때 대통령이 손수 새 브리핑룸에서 브리핑을 진행해보는 것은 어떨까. 현장을 강조하는 대통령이 큰맘 먹고 추진한 성과물의 결과를 직접 한번 체험해보는 게 맞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