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자 “한미 조사기법·각도 달라 보완적 의미”/심문과정 우리 내부 ‘북사람’ 밝혀질 가능성도우리 정부는 황장엽씨에 대한 심문기회를 미국 정보당국에게도 허용할 방침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정부의 한 고위당국자는 21일 『황씨에 대한 초기 조사는 당분간 우리 정부단독으로 이루어질 것이지만 적절한 시점에 한미 공조차원에서 미국 정보기관의 단독 심문이나 양국 공조신문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우리가 대북정보를 미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만큼 동맹국으로서 미국에 조사기회를 주는 것은 당연하다』며 『한미 양국의 조사 기법과 각도가 다르기 때문에 미국의 조사는 보완적인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황씨가 중국에 체류할 당시 미국 정보기관이 황씨를 우리 영사관에서 심문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민족적 자존심이 있지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고 미국측의 황씨 면담을 부정적으로 보는 태도를 보인 바 있다. 정부가 태도를 바꾼 것은 향후 남북관계의 원만한 진전을 위해서는 미국의 협조가 절대적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편 정부의 또다른 고위관계자는 황장엽 리스트가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리스트같은 것은 없지만 북한쪽 사람이 우리 내부에 심어져 있다면 심문하는 과정과 간담회, 토론기회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밝혀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는 황씨가 가져온 명단은 없지만 우리 내부에 심어진 북쪽사람들의 존재 자체는 부인할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따라서 황씨에 대한 심문과정에서 우리 내부의 핵심부에서 한바탕 소용돌이가 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청와대는 김영삼 대통령이 황씨와 면담할 가능성에 대해 당분간은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 관계자는 『대통령이 황씨를 만나면 불필요한 억측이 나올 수도 있으며 중간보고를 대통령이 받기 때문에 신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반기문 외교안보수석은 지난 3월말 필리핀을 방문해 라모스 대통령에게 김대통령의 친서를 전하고 당초 2주일로 약속한 황씨의 필리핀 체류기간을 한달로 늘리는데 성공한 것으로 밝혀졌다.<우원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