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브리티시 오픈 챔피언이자 CBS 방송 해설자로 활동하는 이언 베어커-핀치(55·호주)는 '공포(fear)'를 원인으로 들었다. 추락을 경험해본 베이커-핀치이기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는 지난주 호주의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허리도, 스윙도, 쇼트게임 입스(Yips;불안증세)도 아니다. 우즈의 진짜 문제는 공포"라고 말했다. 그는 "우즈가 매일 매순간 완벽한 스윙에 집중하는 나머지 어떻게 플레이 해야 하는지를 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과거의 나처럼 우즈는 연습 때는 50차례의 완벽한 드라이버 샷을 날리지만 대회가 시작되면 페어웨이를 훨씬 벗어난다. 이유는 전적으로 멘털(심리)이며 바로 공포"라고 단언했다.
정상의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공포와 불안함은 많은 선수들을 나락으로 이끌었다. 정상급 선수들의 추락 속도는 대체로 더 빨랐고 옷을 잃은 슈퍼맨처럼 미스터리처럼 돌연 무기력해졌다.
베이커-핀치도 급락을 겪은 당사자다. 안정된 플레이가 강점이었던 그는 1989년 PGA 투어 콜로니얼 토너먼트에서 우승했고 1991년 메이저대회인 브리티시 오픈을 제패하며 스타 탄생을 알렸다. 하지만 PGA 투어 우승은 그게 마지막이었다. 1993년 호주 대회 정상을 끝으로 1994년부터는 끝없이 추락했다. 1995~1996년 약 30개 대회에 나가 대부분 컷오프 됐다. 1997년 브리티시 오픈에서는 첫날 92타를 치고 기권한 뒤 라커룸에서 눈물을 쏟았다.
데이비드 듀발(44·미국)의 추락도 극적이었다. 1997년부터 2001년까지 듀발은 늘 톱2나 톱3에 드는 강자였고 59타를 기록하기도 했으며 세계 1위에도 올랐다. 2001년 브리티시 오픈을 포함해 PGA 투어 통산 13승을 거둔 그는 2001년 11월 일본 투어 던롭 피닉스 토너먼트에서 우승한 게 마지막이 됐다. 2002년 8차례 컷오프로 상금랭킹 80위에 처지더니 스윙을 잃어버렸다는 평가 속에 2003년에는 18개 대회에서 14번, 2005년에는 19개 대회에서 18번 컷오프 되는 수모를 당했다. 2009년 US 오픈에서 준우승하며 반짝했지만 재기하지 못했고 결국 지난해 가을 은퇴해 방송해설자로 방향을 틀었다.
아직 26세지만 청야니(대만)도 빼놓을 수 없다. 청야니는 2008년에서 2012년 사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역사를 새로 썼다. 22세였던 2011년 브리티시 여자오픈 우승으로 남녀를 통틀어 최연소로 메이저 통산 5승의 위업을 이뤘다. 2012년 초반 3개 대회를 연속 제패할 때까지만 해도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3연승 직후 6개 대회에서 3차례 컷오프를 시작으로 단순한 슬럼프로 보기 힘든 부진에 빠졌다. 2013년과 지난해에는 톱10 횟수의 두 배 가까운 컷오프를 기록했다. 23세 이전에 메이저 5승을 포함해 LPGA 투어 통산 15승을 거둔 청야니는 "집중되는 관심과 세계 1위 유지에 대한 압박으로 불안감을 느꼈다"고 인정했다.
19세와 20세의 나이로 1911-12년 US 오픈을 2연패한 뒤 1913년 이후 몰락한 조니 맥더못(미국), 1981년 브리티시 오픈을 포함해 PGA 투어 4승을 거둔 뒤 부진 끝에 코스를 떠난 빌 로저스(미국) 등도 날개 없는 추락의 사례로 거론된다.
PGA 투어에서 메이저 14승을 포함해 통산 79승을 거둔 우즈가 공포라는 장벽을 넘어 극적인 반등을 보일 것인지, 추락자의 명단에 이름을 올릴 것인지의 기로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