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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일명 '유령자금(ghost money)'을 이용해 아프가니스탄 권력층을 10년 이상 매수해온 사실이 폭로돼 미 정ㆍ관계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28일 뉴욕타임스(NYT)는 CIA가 2001년부터 10년여 동안 하미드 카르자이(사진) 아프가니스탄 대통령과 측근들을 매수하기 위해 매달 수백만달러의 현금을 서류가방ㆍ배낭ㆍ쇼핑백 등을 이용해 대통령 집무실로 전달했다고 폭로했다.
NYT에 따르면 CIA는 9ㆍ11 테러 직후 2001년 10월 아프가니스탄 내전이 발발하자 유령자금을 전달하기 시작했다. CIA가 이 같은 무리수를 둔 것은 9ㆍ11 테러 징후를 사전에 예방하거나 인지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한 몸에 받게 됐기 때문이다. 9ㆍ11 테러 배후인 알카에다를 후원하고 숨겨주고 있던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부 전복에 올인한 것이다.
CIA는 내전 이후 과도정부 수반이던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에게 공을 들이며 탈레반 타도에 집중했다. 카르자이 대통령은 2001년 12월 과도정부 대통령에 취임한 후 2004년 12월에 공식적으로 대통령 자리에 오르는 등 CIA의 유령자금을 바탕으로 군벌들을 매수하면서 정치적 영향력을 키워왔다. 카르자이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칼리 로만은 "CIA의 유령자금은 비밀스럽게 들어왔다"고 밝혔다.
CIA가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영향력을 넓히자 아랍의 맹주인 이란도 안마당 사수를 내세우며 즉각 반격에 나섰다. 이란은 2002년부터 아프가니스탄에 연간 300만~1,000만달러의 자금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카르자이 대통령은 8년간 미국과 이란 양국으로부터 은밀하게 자금을 받아오다가 2010년에 '양다리설' 논란에 휩싸이자 "우방국들이 대통령실에 현금지원을 하고 있다"며 합법적인 후원금이라고 발뺌했다.
NYT는 CIA에서 흘러간 자금들이 불투명하게 사용된 데 비해 오히려 이란이 보낸 자금들은 아프가니스탄 국영은행에 대통령 명의로 예금돼 정치자금으로 쓰이는 등 투명성에서는 훨씬 앞섰다고 분석했다.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CIA의 유령자금이 아프가니스탄 권력층의 부패를 부추겨 결국 미국 정부의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출구전략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아프가니스탄 고위층이 눈먼 돈에 익숙해져 미국의 탈출을 원치 않게 되는 역효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CIA가 건넨 자금 중 일부는 아편거래상인ㆍ탈레반 등에 흘러들어가 미국 정부를 더욱 곤혹스럽게 만드는 자충수로 이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