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문화에서 산업으로]벤처 '난장컬처스' 김덕수 대표

"사물놀이 체계화로 세계진출확대"시대의 대명제는 얼핏 '가능한 모든 것을 상품화하라'처럼 들린다. 시간과 정보, 지식, 성에 이르기까지 이 시대들어 그간 비즈니스의 영역에서 약간 비껴있었던 많은 것들이 상품으로 거듭났다. 굳이 피터 드러커 등 석학의 말을 인용치 않더라도 이러한 상품화 전쟁에서 마지막이 문화이며 그렇기에 문화산업을 장악하는 국가 중심으로 부가 재편될 것이라는 예측에는 이젠 이의가 없어 보인다. 미국의 2대 산업에도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당당히 포함된다. 우리나라 공연의 상업화에 앞장서고 있는 주역들을 소개한다. "규격화와 상품화 등 자본주의 원칙을 멀리하고는 더 이상 공연의 미래를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58년 6세의 나이로 남사당패 활동을 시작, 78년 사물놀이를 만들어내며 우리 국악의 한 흐름을 열어 온 국악인 김덕수(49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연희과 학과장)가 최근 문화벤쳐 '난장컬쳐스'를 설립했다. 그가 설립한 난장컬쳐스는 자본금 5억원 규모의 회사로 사물놀이를 중심으로 한 공연 기획과 매니지먼트 사업, 상설 공연장 운영 등 문화 사업을 펼칠 예정이다.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10월 16~17일께 20억원의 유상 증자를 계획중이며 2003년 목표로 코스닥 등록도 추진케 된다. 국악인이 벤처라니, 얼핏 뜬금없어 보일 수 있는 일이었다. "사물놀이가 우리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데 일익을 담당해 온 것도 사실이지만 그 방식이 체계적이지 못해 늘 한계를 느껴 왔습니다. 저변 확대를 위해서는 경영 마인드 도입이 필수적이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그의 일성은, 경영자문을 맡은 한 창투사 대표가 '웬만한 벤처사업가 중에도 이런 분은 없다'고 말할 정도로 분명했고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고 있었다. "돈하고 예술은 관계없다 하는데... 보세요, 예인들은 수백년 동안 음악으로 밥 먹고 산 전문 직업인입니다. 그러니 시장의 필요를 알았고 민중의 삶과 함께 호흡할 수 있었죠" "이젠 좁은 우리 시장만을 대상으로 해서는 양질의 토대가 될 대규모 투자가 불가능하죠. 해외로 나가려면 악기나 국악 교육과정을 모두 규격화해야 합니다. 악기나 부대품을 가격대별로 생산하면 지금보다 몇 배의 외화획득이 가능할 겁니다. 국악교육도 1급 2급 등 체계적 이수과정이 있어야죠. 뿐입니까, 캐릭터 등 연계 사업도 놓칠 수 없습니다" 그의 마음을 움직인 또 하나의 이유는 영영 사라질 지도 모르는 우리 국악에 대한 위기감이다. "대의 명분과 전통만을 무기로 어필할 수 있는 시대는 이미 갔습니다. 전통에 새 옷을 입혀주지 않고 보존에서만 끝나니 팔리지 않는 겁니다. 현 관객이 재미를 못 느끼는 데 이 세대 이후까지 그 명맥이 이어질 수 있다고 보십니까?" 그렇기에 사물놀이에서 쌓인 저변을 이용, 무속 풍물 가면 오귀 판굿 등 전방위적인 국악 활동에 나서겠다는 게 그의 향후 계획. 전통과 미래적 욕구 사이에서도 조율을 이룩, '새 전통'을 만들어가겠다는 것이다. 14일부터 16일엔 발족기념 콘서트 '청배(Spirit of Nature)'로 LG아트센터 무대에 선다. 함께 하는 젊은 멤버들은 최소 3대 이상의 전문예인집안 출신들. 이와 함께 공연장 설립에 나선다. 국립 무대 외에는 국악인들이 설 민간 공간이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인데 '현장감을 잃는다는 건 예인에게 곧 죽음'이며 '서울에 오면 꼭 봐야 할 문화상품이 필요'하기 때문이란다. "우리 징은 한번 울리면 열두 고개를 넘습니다. 이 울림을 듣던 외국 음악인들이 너무 놀라 경탄을 하더군요. 하지만 이 징은 현재 그 명맥이 거의 끊긴 상태입니다. 뿐인가요, 국내엔 꽹과리나 징을 규격화 해 생산하는 회사도 없고 해외 악기 매장에도 우리 북은 없지요." '요구하기보다는 민간에서 먼저 저변을 만들겠다' '앞으로 할 일이 너무 많다'며 일어서던 그가 남긴 말이다. 김 교수는 바쁜 일정 속에서도 부여와 양평 두 군데에 사물놀이교육센터 를 설립, 국내외 국악지도자 양성에 힘쓰고 있다.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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