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LH, 위기딛고 재도약 하라

지난해 10월 이후 지금까지 줄곧 세간의 주목을 받아온 한국토지주택공사가 경영정상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방안에는 구체적인 사업조정 내용이 빠져 있어 조정대상 주민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 있게 되었지만 그래도 하루 100억원이 넘는 이자와 매년 조 단위로 불어나는 부채로 국민의 마음을 졸이던 한국토지주택공사 임직원의 뼈를 깎는 노력과 헌신이 어느 정도 담겼다는 평이다. 잃어버린 국민 신뢰 되찾고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출발시점부터 재무역량을 초과하는 과다한 부채규모와 경기침체에 따른 단기 유동성 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지난 반세기 동안 서민주거안정과 산업기반조성을 담당해온 우리나라 대표 공기업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수행하는 사업은 국민경제, 특히 서민경제와 지역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으며 앞으로도 그 중차대한 역할은 지속될 것이다. 이러한 시대적 역할과 국민경제적 책무 때문에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쉽게 사업을 축소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재무역량을 고려하지 않고 계속 사업을 추진할 수도 없는 딜레마에 처해 있다. 진퇴양난의 위기상황에 직면하고 있는 셈이다. 다행스럽게도 지난 8일 국가공익사업에서 발생한 손실을 정부가 보전해 줄 수 있는 근거를 담은 한국토지주택공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한국토지주택공사의 재무위기관리에 일단은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부의 손실보전은 최후의 보루이지 현재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에 대한 근본 처방은 아닐 것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처한 작금의 문제는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그래서 많은 국민이 한국토지주택공사의 더 큰 자구노력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를 대신해 수행하는 국가공공사업으로 인한 손실을 정부재정을 통해 보전하기로 한 이번 법 개정은 한국토지주택공사의 자구노력이 결실을 맺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 할 수 있다. 땅은 비 온 뒤에 굳고 연은 거센 바람이 불어야 높이 날 수 있다. 만시지탄이긴 하지만 한국토지주택공사의 최고경영자(CEO)가 "사명(社名)만 빼고 전부 다 바꾼다"고 천명하였듯이 이번 경영정상화 방안에 거는 국민적 기대감도 작지 않다. 여기서 한국토지주택공사가 국민공기업으로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두가지 조건은 필수적임을 강조하고자 한다. 무엇보다 먼저 국민으로부터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아야 한다. 국민공기업에게 있어 국민의 신뢰는 생명과 같다. 이런 점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는 "神의 직장"이라는 그간의 냉소주의에서 벗어나 이제 국민 속에 뿌리를 내리고 국민으로부터 사랑과 신뢰를 받는 "信의 직장"이 되어야 한다. 이번 경영정상화 방안에 포함된 대대적인 조직과 인사쇄신, 새로운 사업시스템과 패러다임 구축 등 자구책은 앞으로 차질 없이 실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사업구조조정의 원칙과 기준은 지방자치단체와 해당 주민의 이해관계가 첨예하여 이해당사자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겠지만 일단 원칙과 기준이 정해 졌으면 그에 따라 합리적이고 투명하게 이뤄져야 하며 사업조정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이 적정하게 마련돼야 한다. 새로운 비전·역할 제시해야 두 번째는 경영정상화 이후 한국토지주택공사의 새로운 비전과 역할을 제시하여야 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가 혁명에 가까운 경영쇄신과 정부지원으로 대수술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다고 해서 지속 가능한 기업이 되는 것은 아니다. 지금과 같은 대규모 대량생산의 개발패러다임과 주택공급 및 신도시건설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고서는 또 다른 경영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는 날로 심화하는 우리 사회의 주거빈곤과 지역격차를 해소할 새로운 비전과 역할을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집 없는 서민, 영세한 중소기업, 그리고 낙후되고 소외된 지역의 희망이 될 수 있는 블루오션을 찾아야 한다. 이때야 비로소 국민공기업으로서 한국토지주택공사의 지속 가능한 미래의 길이 열리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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