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6일까지 이어지는 대만 타이베이도서전에는 전세계 67개국 출판사가 참가하고, 연인원 50만여 명이 몰려든다. 세계적으로는 독일·중국·멕시코·영국 도서전에 이어 5번째, 아시아에서도 2번째 규모인 이 도서전을 주목하는 것은 중국을 비롯한 중화권 독자 때문이다. 출판계를 엄격히 통제하고 있는 중국이나 아직 경직된 문화가 남아있는 싱가포르·말레이시아와 대조적으로 다양하고 자유로운 대만의 출판물에 그들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15억명을 넘어서는 중화권 독자에 다가서는 법을 대표적인 대만 출판인에게서 들어봤다.
"한국 출판계가 대만에 진출하려면 10년 정도 꾸준히 잘 번역된 책이 나와야 합니다. 한류 드라마 인기에 편승한 출판물은 방송과 함께 시들해집니다. 한국 출판계는 대만에서 비중이 높은 일본출판계를 배워야 합니다. 일본은 문학을 수출하고, 기본 독자를 확보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습니다. 거기에 현재 관심 높은 정치·사회적 이슈나 잘 알려진 명사 관련된 책, 한국인과 대만인 모두를 주인공으로 하는 작품이면 더 좋습니다."
추안민(初安民·57·사진) INK출판사 사장은 지난 10일 서울경제와 만난 자리에서 한국의 대만 출판계 진출에 대해 이같이 조언했다. 인구 15억의 중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인 대만에서 독자를 확보하는 것은 시간이 필요한 문제라는 것.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1977년까지 한국에서 살다가, 일본을 거쳐 대만으로 건너온 화교 출신이다. 그만큼 한국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은퇴하면 아버지 세대의 중국과 남·북한 관계, 그리고 현재의 자신에게 이어지는 자전적인 소설을 계획할 정도다.
추 사장은 대만의 대표적인 문학지 '연합문학'의 편집장을 거쳐, 2001년 문학지 'INK'를 창간해 현재 최고의 문학지로 올려놓았다.
또 지난해 타이베이도서기금회가 선정한 '올해의 책' 6권 중 INK출판사의 책 3권이 포함됐고, '올해의 출판인'으로도 선정될 만큼 대만에서 주목받는 출판인이다.
그는 한국 책을 내는 비용이 비싼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계약금은 미국이나 일본의 5배에 달하는데다, 좋은 번역자를 구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대만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의 경우 미국이나 일본 작가도 2,000달러 정도면 계약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1만 달러를 요구하는 게 보통이죠. 거기에 번역이 쉽지 않고 비용이 많이 드니 선택이 뻔해지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