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송도 투기 광풍에 넋잃은 인천 남동공단

"제조업해서 뭐해" 허탈감만…부동산 임대사업 전환 확산<br>공장주들 "쉽게 돈벌수있는데…" 사업의욕 저하<br>공장용지 부동산 투기 수단으로 전락 악영향도

인천 남동공단에서 자동차부품 공장을 꾸려나가는 L사장. 20년간 제조업자로 걸어왔던 외길 인생을 포기하고 임대사업을 병행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공장 일부시설을 들어내고 가내 수공업형 소기업들을 대상으로 임대를 놓을 계획이다. 근처 동종업체 J사장이 지난해 임대수입으로 꽤 쏠쏠한 재미를 봤다는 소식에 자극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L사장이 임대사업자로 변신하려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공장라인 6곳 중 절반의 가동을 멈춰 세울 만큼 경영상황이 최악인 상황에서 최근 투기광풍으로 불릴 정도로 수천대1의 청약경쟁률을 보인 송도 K오피스텔 얘기를 듣게 된 데 따른 것. 부동산 투자로 손쉽게 돈을 버는 경우를 주위에서 숱하게 보고 얘기도 많이 들어왔지만 정부에서 온갖 부동산 대책을 내놓고 ‘반드시 투기를 잡겠다’고 공언해온 상황에서도 최근 인근에서 벌어지고 있는 ‘투기광풍’에 넋을 잃을 만큼 허탈감이 크기 때문. L사장은 “당첨만 되면 앉은자리에서 1억원을 벌 수 있다는 소식은 정말로 충격 그 자체였다”며 “수익을 내기 위해 수많은 고충을 겪어야 하는 게 너무 불공평하게 느껴져 남들처럼 손쉽게 돈을 벌기 위해 임대사업에 뛰어든 것”이라고 말했다. 17일 인천 남동공단 경영자협의회 및 입주업체 등에 따르면 공단에서 20여분 거리에 있는 송도 신도시 K오피스텔의 청약과열이 입주업체들에 ‘힘들게 제조업을 해서 무엇하느냐’는 허탈감을 안겨주면서 공단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가뜩이나 경기부진에다 공장을 중국 등지로 이전한 업체들도 많아 공단 경기가 이래저래 안 좋았던 상황에서 바로 코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부동산 투기가 제조업을 하는 것보다 훨씬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한건주의’를 새삼 일깨워주는 것은 물론 이 것이 결국 사업에 대한 의욕을 꺾는 빌미를 주고 있다는 것이다. 인근 블록에서 휴대폰 부품업체를 운영하는 P사장은 “송도 신도시와 가깝게 있어 그런지 부동산 투기와 관련된 얘기가 나올 때마다 높은 수익을 내는 부동산 사업에 뛰어들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며 “돈이 돈을 번다고 손쉽게 돈을 버는 부유층에 대한 반감과 그에 따른 박탈감이 상당하다”고 토로했다. 송도 신도시 투기광풍은 남동공단을 관리하는 한국산업단지공단 경인지역본부에도 영향을 미칠 정도로 거세다. 경인지역본부의 한 관계자는 “일부 직원들이 송도 신도시 투기열기에 동요해 대출까지 받아 청약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공단관리 기관이 이럴 정도면 입주해 있는 제조업체 사장들은 오죽하겠냐”며 송도 신도시의 부동산투기가 커다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공단 내에 입주 업체들이 공장용지를 부동산투기 수단으로 이용하게끔 혈안이 되게 만드는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 경기침체로 경영이 힘들고 어려운데 차라리 제조업에 주력하기보다 부동산을 임대하거나 매매차익을 노리면서 손쉽게 돈을 벌어보자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블록 LED제조업체 K사장은 “이미 남동공단은 전국 산업단지에서 임차업체 수가 가장 많은 공단일 정도로 부동산 열기가 높은 곳”이라며 “송도의 부동산 투기로 남동공단이 투기대상으로 전락하는데 더욱 부채질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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