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빙 앤 조이] 나만의 와인 리스트 만들기
싼 것부터 확실히 맛을 익혀라생산지 보다 포도 품종별로 맛보고 단맛 나는 화이트 와인으로 시작을
서은영 기자 supia927@sed.co.kr
홍재경 그래머시 키친 지배인이 와인 찌꺼기를 제거하는 디캔팅(decanting)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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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나마 대사관에서 근무하는 김상숙 씨는 올 초 ‘나만의 와인 리스트 만들기’를 신년계획으로 세웠다. 김 씨는 그 이유를 “몇 해 전부터 와인 열풍이 불면서 와인을 마실 기회가 많아졌는데 내가 좋아하는 와인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없어 답답했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결국 김 씨는 얼마 전 청담동 그래머시 키친에서 진행하는 비즈니스 와인 클래스를 등록, 본격적인 와인 공부에 나섰다.
그래머시 키친에서 와인 클래스를 진행하는 홍재경 지배인 겸 조선호텔 수석 소믈리에는 “비즈니스 모임뿐만 아니라 친목 모임에서도 와인을 마실 기회가 많아지면서 자신의 와인 취향이나 음식과 와인의 궁합 등을 배우고 싶어하는 직장인들이 부쩍 많아졌다”고 전했다.
실제로 많은 직장인들에게 좋아하는 와인이 무엇인지 물으면 “와인을 마실 기회는 많았지만 어떤 와인이 특별히 맛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고 털어놓는다. 홍 지배인은 이에 대해 “외국인이 잘 익은 김치와 겉절이를 구별하지 못 하는 것처럼 우리 역시 어릴 때부터 와인을 접하지 못 했기 때문에 그 맛을 구별하지 못 하는 것”이라며 “와인을 접할 기회를 많이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박스 씩 마셔라=홍 지배인은 “처음부터 비싸고 유명한 와인을 다양하게 마시는 것 보다는 대형마트에서 1~2만원대의 저렴한 와인을 한 박스씩 사두고 하루 한 잔씩 마실 것”을 권했다. 처음 1~2개월 간 A라는 와인을 마시고 나면 그 맛을 정확히 알게 된다. 그 다음 1~2개월간 A라는 와인과 비교하며 B라는 와인을 마시면 두 종류의 와인 맛이 어떻게 다른지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바로 이 과정을 반복하며 와인 맛을 익히고 자기 입맛에 맞는 포도 품종을 찾게 되는 것이다.
다만 훈련을 위해 마실 와인을 고를 때는 프랑스, 이탈리아 등 구대륙 와인 보다는 아메리카, 호주 등 신대륙 와인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신대륙 와인은 가격도 저렴할 뿐만 아니라 보통 하나의 포도 품종으로 와인을 만들기 때문에 구대륙 와인에 비해 맛이 단순하고 명확하다.
또 생산지 별로 와인을 골라 마시는 것보다는 포도 품종에 따라 마셔보는 것이 좋다. 대중적인 포도품종으로는 레드와인의 경우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멜로(Merlot), 쉬라(Syrah), 피노누아(Pinot Noir) 등이 있으며 화이트와인에는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 리즐링(Riesling), 샤도네(Chardonnay) 등이 있다.
◇맛을 기록하라=하지만 단순히 마시기만 한다면 어찌 그 맛을 다 기억할 수 있으랴. 매일 한 잔 씩 마실 때마다 맛과 향을 기록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기록을 할 때는 단맛, 신맛의 정도, 가벼운 느낌인지 진한 느낌인지, 색깔, 향, 여운 등으로 항목을 나눠 적는다.
드라이(dry)는 쓴 맛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단 맛의 반대말로 맛의 담백한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와인의 진한 정도는 바디(body)로 표현하며 진한 느낌이면 풀 바디, 가벼우면 라이트 바디라고 한다. 색깔은 레드와인의 경우 로즈, 라이트 레드, 딥 레드 등이 있으며 화이트 와인은 그린, 옐로우, 골드, 브릭 등으로 구별한다. 향은 초보자가 구별하기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인데 와인을 마실 때 향을 음미하는 습관을 들이고 과일향, 꽃향, 오크향 등을 구별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끝으로 여운은 와인을 한 모금 마신 이후 맛과 향이 입 속에 얼마나 오래 머무는지 느낀 후 기록하면 된다.
◇화이트와인부터 마셔라=그렇다면 초보자들에게 좋은 와인은 무엇일까. 홍 지배인은 “와인을 잘 모르는 사람도 레드와인부터 마시기 시작하는 것이 우리 나라 사람들이 와인을 배울 때 가장 많이 범하는 오류“라며 “화이트와인부터 마실 것”을 권했다.
화이트 와인은 신맛, 단맛, 알코올이 맛의 삼각형 구조를 그리고 있다면 레드와인은 여기에 탄닌이 추가돼 사각형을 그리므로 맛의 구조가 더 복잡하기 때문이다.
홍 지배인은 “처음 와인을 접할 때는 가볍고(light body) 단맛이 나는 화이트와인으로 시작해야 와인 맛에 익숙해진다”며 독일 화이트 와인인 아우스레제(auselese)를 추천했다.
도움말=홍재경 그래머시키친 지배인 겸 조선호텔 소믈리에
입력시간 : 2008/01/23 13: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