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마찰 파열음 심상찮다] 한-중 농산물서 분쟁 촉발… 공산품 확산 가능성 이종배기자 ljb@sed.co.kr 손철기자 runiron@sed.co.kr 중국산 김치 문제가 양국간 통상마찰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김치 안전성 문제가 불거지자 중국당국이 한국산 땀냄새 제거용 화장품에 대해 환경호르몬 검출 여부를 조사하는 등 무역보복 움직임을 구체화하고 있다. 지난 2002년 우리 정부가 중국산 마늘에 긴급관세를 부과하자 중국당국이 휴대폰 등에 대해 수입금지 조치를 내린 상황이 또다시 재현될 우려가 한껏 고조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번 김치사태는 과거 마늘분쟁 때와 사정이 다르다는 점이다. 중국은 한국이 유독 김치를 걸고 넘어지는 것에 대해 ‘식품위생’보다는 자국 제품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고 의심하는 듯하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 같은 점을 고려, “중국측이 단순히 구두대응에 그칠 것으로 예단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사태의 심각성을 설명했다. 중국 통상문제 전문가인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중 무역관계를 고려해볼 때 양국간 무역전쟁이 발생한다면 그 시발점은 농산물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예고된 한중 농산물 분쟁=한중 먹거리 분쟁은 이미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다. 중국은 우리나라 최대 농산물 수출국가로 배추ㆍ마늘ㆍ파 등은 수입량 전량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다른 농산물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중국 수입의존도가 고추는 99.4%에 이른다. 양파 95.5%, 당근 98.7% 등 7개 품목의 경우 사실상 중국산이 국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농협중앙회가 최근 중국산 생강에 대해 덤핑수출 여부 조사를 의뢰한 것은 중국산 농산물이 국내 농가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국내 농가들은 생강의 조사결과를 본 뒤 덤핑방지관세 조사 신청을 고추 등 다른 품목으로 늘려나간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런 가운데 나온 김치파동은 중국으로 하여금 먹거리 위생 분쟁을 다른 각도로 보게끔 만들고 있다. 실제 중국은 우리 정부의 대응에 잔뜩 불쾌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유는 중국산 수입 농산물의 대부분이 한국업체가 중국에 진출, 재배한 뒤 역수출하는 것. 한국정부가 이를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채 중국산 제품을 매도하고 있다는 의심이 바로 그것이다. ◇중국, 한국 공산품 견제 이미 시작, 본격화되나=김치파동을 계기로 우려되는 것은 중국의 공산품에 대한 무역보복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말할 수 없다”고 단정짓고 있다. 한 예로 중국 입장에서 한국은 엄청난 이익을 거둬들이는 국가다. 중국은 한국과의 무역에서 2004년 한해에만 201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올 1~9월 역시 163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한중 무역 불균형 현상을 더이상 방치할 수 없는 단계에까지 이르렀기 때문이다. 공산품으로 번질 가능성은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6월 우리 정부는 중국에 중국산 철강제품 수입이 증가하고 있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한국은 중국에 대해 가장 많은 7건의 덤핑방지관세를 부과 중이다. 중국도 현재 우리 제품 22건에 대해 덤핑방지관세를 부과하고 있거나 조사 중이다. 이 역시 중국 수입국가 중 가장 많은 수치다. 공산품을 놓고도 한중간 눈에 보이지 않은 마찰은 이미 시작된 상태다. 입력시간 : 2005/10/24 1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