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스펀 의장은 14일 미 재무부 산하 통화감사국 주최 모임에 참석, 『주가 상승은 은행과 투자자들의 대출 손실 위험성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금융기관들은 증시 패닉에 대비, 여유자금을 넉넉하게 확보해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뉴욕 증시 폐장후에 전파를 탔기 때문에 당일 뉴욕 금융시장에는 영향을 주지 않았다. 그러나 다음날 도쿄에서 미국 달러가 일본 엔화에 대해 117엔대에서 116엔대로 하락하고, 니케이 지수가 하락하는등 국제금융시장에 동요를 일으켰다.그린스펀은 주식투자자와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해준 은행들이 뉴욕 증시의 거품이 꺼질 가능성에 충분히 대비하라고 주문했다. 뉴욕 증시에 상장된 500대 기업의 주가수익율(PER)은 이날 현재 30으로 90년대 평균치 21.6보다 50% 가까이 높고, 80년대말에 비해 260% 부풀어올라 있다.
그린스펀의 경고는 현재의 뉴욕증시가 80년대말 거품이 붕괴되기 직전의 일본 증시와 비슷하다는 FRB내 매파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다. FRB내 강경파들은 점진적인 금리 인상을 통해 증시 거품이 갑자기 붕괴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린스펀은 현재의 주가가 적정수준인지에 대해 확실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의 주가 폭락과 관련, 『월가 투자가들이 이를 일시적 현상으로 판단한다면 신용대출의 위험성을 과소평가한 것이며, 또한 포트폴리오 분산의 안전성을 과신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은행등 금융기관들이 비상금을 보다 많이 비축할 것을 권한 것은 최고치에서 10% 정도 떨어진 현재의 주가지수도 과열임을 완곡하게 지적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미국 금융당국의 최고책임자가 주식시장에 대해 투자자금을 빼라고 암시한 것은 역으로 주가가 오를 경우 오는 11월에 금리를 인상할 의사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뉴욕 월가에서는 그린스펀의 발언이 15일 발표된 도매물가지수(PPI)와 함께 다우존스 지수를 1만대 이하로 끌어내리는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했다.
뉴욕=김인영특파원IN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