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신용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시중은행들의 예금자산이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대출이 증가하면서 유동성 부족사태를 겪고 있다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8일자‘렉스칼럼’을 통해 한국의 금융시스템이 신용위기와 유사한 징후를 나타내고 있으며 아시아 국가들 중에서 가장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시중은행들이 자금확보를 위해 곤욕을 치르고 3개월 만기 코리보(국내은행 간 금리)가 3년 만에 최고치에서 움직이는 점 등이 사례로 지적됐다. 은행은 자금확보에 나서지만 금융감독기관은 IMF 위기 때와 같은 상황의 재발을 우려해 해외차입을 막으면서 신용시장만 왜곡되고 있다고 칼럼에서 지적했다.
칼럼은 이 같은 위기가 한국 금융기관의 예대비율이 아시아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다고 분석했다. 한국의 예대비율은 130%인데 아시아 다른 나라들의 예대비율은 60~80%이다. 게다가 SC제일은행이 최근 이자스와프 거래에서 1억달러가량의 손실을 본 후 경쟁은행들이 이 파생상품 거래를 피하는 것도 위기의 한 요인이 되고 있다는 것.
설상가상으로 예금자산도 감소하고 있다. JP모건에 따르면 올 들어 은행들의 예금자산은 2%가량 줄었다. 유동성 압박에 직면한 은행들은 해외로 눈을 돌렸지만 당국이 해외차입에 제한을 가하면서 신용시장은 더욱 경색됐다. 국내 채권시장의 주요 매수세력이었던 은행들이 단기채를 발행해야 하는 처지에 몰린 것이다.
FT는 이런 문제가 일시적일 수도 있지만 예금자산 감소와 같은 사례들은 보다 구조적인 문제로 귀착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시장 상황이 더욱 악화돼 한국 채권시장의 주고객층인 외국인투자가들마저 시장을 빠져나간다면 은행들은 급기야 대출을 줄여야 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