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박병엽 이번엔 가격파괴 승부수

■ 팬택, 국내 첫 풀HD폰 '넘버6' 공개<br>100만원대 최고사양제품 예상깨고 15만원 낮추고<br>경쟁사 보다 시기 앞당겨 시장 선점 효과까지 노려


팬택 모델이 28일 서울 상암동 본사 사옥에서 열린 시연회에서'베가 넘버6 풀HD'를 소개하고 있다. /이호재기자

출고가격 84만9,000원, 경쟁사 제품보다 15만원 이상 낮아

박병엽(사진) 팬택 부회장이 또 하나의 통 큰 승부수를 던졌다. 이번에는‘가격 파괴’다. 베가 넘버6 풀HD가 최신 사양의 롱텀에볼루션(LTE) 스마트폰 인데도 출고가를 경쟁사 기존제품보다 15만원 이상 낮춘 84만9,000원으로 책정했다. 앞으로 나올 경쟁사 풀HD 제품이 100만원을 훌쩍 뛰어 넘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가격 파괴’라 부를 만하다.

박 부회장은 이번에도 절묘한 순간에 승부수를 던졌다. 위기를 피하지 않고 정면 돌파하는 그의 승부사적인 기질이 다시 발휘된 것이다. 팬택은 지난해 4ㆍ4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3ㆍ4분기에 이어 2분기 연속 적자 행진이다.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중에도 흑자 행진을 이어가던 팬택이지만 글로벌 경기침체로 수출에서 고전한데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이 삼성전자와 애플의 양강 구도로 고착화되면서 2분기 연속 적자라는 위기 상황에 몰렸다.


하지만 박 부회장은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에서 특유의 통찰력과 추진력으로 연이은 승부수를 던졌다. 최근 부품 협력업체이자 주요 주주사인 퀄컴으로부터 2,300만 달러(약 240억원)의 투자유치를 이끌어 내 자금난의 숨통을 틔운 데 이어 신제품인 베가 넘버6 풀HD의 출고 가격을 시장의 예상 보다 크게 낮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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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가 넘버6 풀HD의 사양은 동급 최강이다. 퀄컴의 최신 쿼드코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인 ‘스냅드래곤 S4 프로’에다 2GB 메모리, 1,300만 화소 카메라를 탑재했다. 품질 대비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으로 이윤이 적게 남더라도 판매량을 늘려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고 스마트폰 브랜드인‘베가’의 인지도도 동시에 높이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제품 공개 및 출시 시기 역시 경쟁사 보다 앞당겨‘국내 최초 풀HD’라는 타이틀을 달고 시장 선점 효과를 노렸다.

특히 신제품인 베가 넘버6 풀HD의 가격을 경쟁사 보다 15만원 이상 낮춘 것은 시장의 예상을 깨는 결단이라고 할만하다. 제조사들은 보통 제품의 출고 가격을 높인 뒤 통신사 약정을 통해 구입하는 고객들에게 각종 할인 명목으로 보조금을 준다. 고객들이 제품을 구입하는 시기에 따라 가격이 30~50만원씩 차이가 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제조사들은 보조금을 나중에 실탄으로 사용해야 마케팅 등 각종 판촉 활동과 재고 정리에 유리하기 때문에 출고 가격을 높이는 전략을 쓴다. 더구나 출고 가격을 낮추는 것은 제품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깰 수 있기 때문에 신제품을 내놓은 제조사 입장에서도 부담이 크다. 제품을 유통시키는 사업자인 이동통신사들도 달가워하지 않는다. 팬택도 이 때문에 출고 가격을 낮추는 문제를 놓고 마지막까지 내부에서 이견이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출고 가격을 대폭 낮춘 박 부회장의 결단이 독이 될지 약이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이동통신 3사가 순차적으로 영업정지 상태인 만큼 제품을 먼저 내놓는 것도 부담이 크다. 하지만 박 부회장은 이번에도 승부수를 던지고 조용히 시장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김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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