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46년 세종대왕이 집현전 학자들에게 28자의 한글을 창제해 반포한 한글날이 다시 국경일로 돌아왔다. 1990년 국경일이 너무 많아 일하는 시간이 줄어든다는 재계의 반대에 부딪혀 이듬해 국경일에서 사라진 뒤 22년 만에 다시 돌아온 것이다.
'한글'의 '한'은 '하나'또는 '큰'의 뜻으로 우리글이 국가의 글자로서 권위를 갖도록 해줬다고 한다. 오늘의 한글날은 정인지가 '조선어학회'에서 음력 9월10일을 반포일로 여긴 것을 양력으로 바꿔 10월9일을 한글날로 정해 기념하고 있다.
한글은 창제원리와 배경이 문서로 기록된 유일한 문자로 그 나라의 언어를 만든 날짜와 그 기록들을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국가로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고 한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인도네시아의 소수 민족인 찌아찌아족에게 한글을 보급하기로 했다는 소식은 세계인에게 한글의 우수성을 알리는 자긍심을 갖기에 충분했다. 또한 한류 열풍으로 해외의 대학마다 한국어학과가 인기를 얻으면서 한국 문화에 대해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1997년 10월에는 훈민정음 해례본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록돼 한글의 우수성이 세계인에게 널리 알려지고 있다.
디지털 시대를 살면서 우리 한글만큼 쉽고 빠르게 자판을 누르고 문자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언어가 있을까. 한글은 정보기술(IT)이 발달하고 있는 정보화 시대에 가장 적합한 언어로 언어학자들 사이에서는 하루아침이면 언어의 조합을 배울 수 있는, 세계에서 가장 쉬운 언어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우리는 한글의 가치를 너무나 홀대하는 듯해 안타깝다. 길거리에는 외래어 간판들과 상품 이름이 넘쳐난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청소년들이 사용하는 말과 글이다. 방송마저 이들이 사용하는 언어를 인정하고 이들의 언어를 모르는 것은 세대차이라고 에둘러 감싸는 것 같다. 기성세대들 역시 피할 수 없으면 즐겨야 한다는 논리로 비굴한 타협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글날의 귀환이 반가운 것은 그저 하루 쉬는 날을 다시 찾았다는 의미가 아닐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한글날이 법정공휴일에서 제외된 후 한글의 소중함을 기리는 의식마저도 소홀히 해 결국 자라나는 청소년에게 약어와 초성어 소통 등의 신조어 범람을 방치하고 비속어와 함께 약속하지 않은 외래어와 오자투성이의 문서를 양산해왔다. 이같이 심각하게 훼손된 우리글과 우리말을 원래의 아름다운 우리글과 우리말로 회복해야 한다는 기성세대의 책임감 때문에 더욱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돌아온 한글날, 1년이면 한번씩 돌아오는 단 하루만이라도 세종대왕 동상이 세워져 있는 광화문광장 앞에 많은 시민들이 모여 세종대왕과 집현전 학자들에게 위대한 한글 창제의 뜻을 기리고 아름다운 우리글과 우리말을 사랑하는 마음을 되새기기를 간절히 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