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시행하고 있는 정부의 모성보호대책이 노동현장에서는 아직도 겉돌고 있음을 최근 발표된 통계가 입증하고 있다.
한국노총 경기본부가 최근 185개 노조 여성간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지난 2년 동안 사내에 육아 휴직자가 있었다’는 응답이 22.9%에 불과했다고 한다. 육아휴직을 충분히 사용하는 편이라고 답한 응답은 이와 비슷한 수준인 22.2%였으며 59.3%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육아휴직을 사용하기 전인 출산휴가 직후 대부분 퇴직한다’는 응답도 8.9%나 돼 여전히 직장 내 여성의 임신 및 출산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사라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정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여성 노동자들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부터 시행된 남성 육아휴직제도가 별반 실효성을 거둘 리 없다. 직장에서의 따가운 눈총에도 불구하고 육아휴직을 신청한 뒤 자녀를 돌보는 남성들이 늘고 있지만 이들이 육아휴직을 다녀온 뒤 타부서로 전출되는 불이익을 받는 등 남성 육아휴직제가 제대로 정착되지 않고 있다.
3일 경인지방노동청에 따르면 지난해 경기ㆍ인천 지역에서 육아휴직한 남성은 모두 67명으로 전년 45명에 비해 48% 증가했다. 그러나 현실은 남성들이 육아휴직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상황이다. 실제 한번 육아휴직을 했던 남성들은 “후회는 안 하지만 둘째를 낳는다면 전과 같은 선택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반응이다. 우리 사회에서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이 사실상 ‘그림의 떡’과 같다는 걸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이 같은 현실을 뒤늦게나마 알게 된 정부가 어려운 일터의 현실을 반영한 일부 제도를 도입한 것은 평가받을 일이다. 보도에 의하면 최근 노동부와 재정경제부 등이 육아휴직에 따른 대체근로자 고용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정부의 지원금을 올해부터 배로 늘린다는 것이다. 또 육아휴직도 지금까지 전일제만 허용됐던 형태에서 오전근무, 주 2~3일 근무 등 다양한 형태의 ‘근로시간 단축형 육아휴직’도 포함하기로 했다.
여러 형태의 육아휴직을 도입하고 대체인력에 인한 고용주의 부담을 덜어줄 경우 육아휴직이 확산되고 출산육아에 대한 부담이 경감될 수 있을 것이다. 육아는 우리 모두의 미래를 위한 투자이다. 여성은 물론 남성의 육아휴직도 제대로 활성화될 때 저출산 문제 해결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