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설이 나돌던 북한의 모란봉악단이 다시 모습을 나타냈다. 북한-쿠바 수교 55주년을 맞아 평양을 방문한 쿠바 대표단의 축하공연에서 지난 7일 쿠바인이 좋아하는 '관타나메라'와 '카프리섬'을 불러 대표단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모란봉악단은 조선중앙TV에서 사라져 해체설이 나왔으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 부인 리설주까지 참석한 국가 행사에 참석함으로써 건재를 과시한 셈이다.
모란봉악단은 김정은 시대를 대표하는 북한의 예술단이다. 아버지인 김정일 시대의 왕재산경음악단의 계보를 이어 2012년 7월 김정은의 직접 지시로 결성된데다 주요 기념일에는 거의 빠지지 않고 공연을 해왔다. 공연은 어김없이 녹화실황 중계를 타는가 하면 대부분의 노래는 북한 방송의 배경음악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반짝이는 미니스커트와 10cm가 넘는 하이힐을 신은 외양에다 전자 바이올린까지 이제껏 보지 못한 파격이어서 '평양판 걸그룹'으로 불리기까지 했다.
그러나 미국 영화 '로키'의 주제가를 부르고 미키마우스 분장을 하더라도 모란봉악단의 주요 레퍼토리는 개인숭배와 충성맹세로 채워져 있을 뿐이다. '모란봉악단, 김정은을 말하다'의 저자 동아대 강동완 교수는 모란봉악단의 곡 179곡을 분석한 결과 공산당·사회주의·정권 찬양과 이른바 선군 정치를 옹호하는 노래가 대부분이라고 결론지었다. 북한 언론이 '사회주의 강성대국 건설의 제일 나팔수'라고 찬양하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모란봉악단은 김정은 시대를 맞은 북한 사회의 변화를 상징한다. 그러나 내용이 따라가지 못하는 파격은 공허할 뿐이다. 모란봉악단의 해체설이 나온 배경도 일부 멤버가 가족과 함께 숙청을 당했기 때문이라고 하니 겉모양의 변화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가 섬뜩하다. 여기다 변덕 많은 북한의 젊은 지도자는 모란봉악단의 모습이 사라진 7월 후속이 될 '청봉악단'을 직접 창설하고 대대적 홍보까지 한다니 뒷맛이 씁쓸하다. /온종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