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기업지원의 안과 밖

이철균 기자 <증권부>

대통령은 물론이고 정부 고위관료들이 외국 순방 때 가장 칭찬을 하는 곳이 기업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해 유럽 순방에서 “기업이 애국자”라고 극찬했다.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도 지난주 중국 방문에서 “기업이 국가의 경쟁력이다. 관료들은 외국에 자주 나가 기업들의 애로 해소에 적극 나서야 한다”며 현지 기업인들을 격려했다. 실제로 외국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은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활약에 강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중국 베이징에서 근무하고 있는 박정훈씨는 “삼성전자ㆍLG전자ㆍ현대자동차 등의 제품들이 중국인이 갖고 싶어하는 고급 브랜드로 부상하면서 한국인을 바라보는 시각까지 달라지고 있다”고 뿌듯해 했다. 베이징에 즐비한 한국 기업들의 간판은 우리의 자부심을 고조시키고 있다. ‘기업이 애국자’라는 말이 실감나게 하는 장면이다. 그러나 우리가 국내로 발을 들여놓는 순간 상황은 180도로 달라진다. 국내에서 기업들은 여전히 환영받는 존재가 아니다. 기업 관련 규제 완화 이야기만 나와도 재벌에 특혜만 준다며 집중 포화를 퍼붓는다. 기업의 집중에 따른 폐해만을 생각할 뿐, 기업의 경쟁력이 갖는 장점은 애써 외면하고 있다. 이는 21세기 경제강국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이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가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중국은 기술력을 갖춘 외국 기업 유치를 위해 최초 2년간 법인세 면제, 3년간 50% 면제 등의 조건을 내세워 해외자본을 급속도로 빨아들이고 있다. 정부가 말로만 ‘동북아 중심’을 외치고 있는 사이 기업들은 이런저런 규제 때문에 해외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정부 관료나 정치인들은 외국에 나갈 때마다 ‘기업이 애국자’라는 립서비스 차원의 말만 하지 말고 과감한 규제 완화 등을 통해 기업들이 국내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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