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불안한 한국경제의 활로

나성린<한양대교수·경제금융학부>

참여정부의 임기가 반환점을 돌아서고 있는 지금 우리 경제가 극심한 무기력증에 빠져 있다. 1ㆍ4분기의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훨씬 낮은 2.7%에 불과한데다 2ㆍ4분기의 경제성장률도 3%에 못 미칠 것 같아 올해 예상경제성장률 4% 달성도 힘들 것 같은 전망이다. 설상가상으로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증가세가 둔화하면서 지난 4월 경상수지가 2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그런가 하면 올해부터 살아날 것이라고 하던 소비와 투자 또한 여전히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4월까지의 도ㆍ소매판매는 지난해 동기 대비 오히려 1% 감소했고 설비투자는 증가와 감소를 반복하다 3.9% 증가에 불과했다. 지난해 내내 부진을 면하지 못했던 건설경기 또한 최근의 고강도 부동산투기 억제책으로 인해 국내 건설기성액이 지난 4개월 동안 2.8% 증가에 그쳤다. 정부가 올해 예산의 40% 이상을 1ㆍ4분기 동안 조기집행하면서 노력했지만 경제활성화에는 도움이 되지 못했다. 이렇게 우리 경제가 무기력증에 빠진 이유는 하루아침에 생긴 것이 아니고 지난 2년 반 동안 진행돼온 참여정부의 잘못된 국정 운영에 있다. 경제활성화나 경제성장보다는 분배와 균형발전, 반기득권층, 반대기업적 국정 운영과 진보적 4대 개혁입법의 무리한 추진, 반미친북적 외교안보정책으로 인해 국내외 기업의 투자를 저해하고 우리 사회 부의 창출세력의 경제의지를 약화시킨 것이다. 지금 세계는 무한경쟁의 시대에 접어들었고 우리 코앞에서 중국이 우리의 모든 시장을 빼앗아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을 키우기보다는 십수년 전의 운동권 논리와 무능하고 편협한 인재 등용으로 자신들의 한을 푸는 데 전력을 다했으니 경제가 살아나기 어려운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깨달은 참여정부가 올해 들어 국정 운영 방향을 경제살리기와 선진화로 전환하고 주식시장과 코스닥시장을 부양하면서 올해 초 소비를 중심으로 경기회복의 조짐이 있었다. 이러한 경기회복의 조짐은 기업들의 본격적인 투자증대로 연결돼야만 경제회복이 가능했었다. 그러나 그 이후 달러 환율 하락, 고유가 지속, 미국의 금리인상, 세계 경제의 둔화와 같은 대외경제 환경이 악화됐다. 안타까운 것은 우리 정부마저 외국계 펀드 일제 세무조사, 과도한 부동산투기 억제대책, 한ㆍ미동맹의 훼손과 북핵위기 조장, 규제완화의 지연 등을 통해 기업투자를 더 위축시켰던 것이다. 이와 같이 우리 경제의 무기력증은 대내외적 요인, 장단기적 요인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회복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 중에서 대외적 요인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기에 평소에 대응 방안을 강구해야 하지만 대내적 요인은 정부가 정신을 차리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다. 가장 근본적인 것은 참여정부의 태생적 한계인 시장으로부터의 불신을 하루빨리 제거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국정 운영을 계속 경제살리기와 국가경쟁력 제고에 우선순위를 두고 이에 반해 대통령을 계속 오도하는 인물들과 대통령 직속 태스크포스들을 과감히 정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근본적인 방향전환 없이는 대통령이 계속 오도된 조언을 듣게 될 뿐 시장의 신뢰를 얻는 것은 영원히 불가능할 것이다. 이러한 근본적인 변화를 기반으로 과감한 규제완화, 적정 수준의 부동산대책, 시장친화적인 노사관계 개혁, 중소기업 활성화대책, 획기적인 기업ㆍ대학 결합도시를 통한 지방 경제의 활성화가 추진되면 기업투자가 살아나면서 경제가 다시 탄력을 받게 될 것이다. 최근 추가경정예산편성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이러한 대책들이 수반되지 않는 추경편성은 낭비적이고 국가부채만 늘릴 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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