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日 장기침체 점차 현실화

소비자물가 18개월 연속 하락 디플레 심각일본경제의 장기침체 우려가 점차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소비자물가가 사상 최저수준으로 하락, 디플레이션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밝혀졌다. 사활을 걸고 있는 수출이 답보상태를 보이면서 기업의 경기신뢰도도 급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일본은행과 정부가 인플레 목표치 상향조정 및 추가 통화확대 등 과감한 조치를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디플레 심화=총무성은 지난 2000년 소비자물가지수가 100.8(1995년=100)을 기록 전년도보다 0.8% 하락했다고 30일 발표했다. 이는 조사가 시작된 71년 이래 가장 낮은 수치로 소비자물가는 99년 0.2% 하락에 이어 2년 연속 떨어졌다. 소비자물가가 연율기준으로 하락한 것은 지난 95년에 이어 3번째다. 올해 들어 상황은 더 나빠지고 있다. 지난 2월 전년동기보다 0.6% 하락했던 소비자물가는 3월에는 1.1%나 떨어졌다. 이로써 소비자물가는 18개월 연속으로 전년 같은 달보다 하락했다. 이처럼 디플레가 이어지면 올해 일본의 실질 경제성장률이 상승하더라도 명목성장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일본경제의 장기불황은 앞으로 2~3년 이상 더 지속될 수밖에 없다. ◇기업신뢰도 하락=기업의 체감경기는 악화일로다. 지난 2월 산업생산은 전달에 비해 0.4% 늘어났지만 1월 생산량이 4.2%나 감소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리 개선된 것은 없다. 정책당국인 경제산업성이 3월 산업생산이 전달에 비해 0.8% 감소할 것으로 예측할 정도로 앞으로의 회복 전망도 불투명한 상태다. '마지막 보루'인 수출도 명목상으로는 늘고 있지만 실제로는 빈 껍데기 수준이다. 지난 2월 수출은 전년도에 비해 1.5%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지만 상품량 기준으로는 5.7%나 감소했다. 1월에도 수출금액은 2.9% 늘어났지만 수출량은 감소했다. 이에 따라 NEC, 신일본제철, 미쓰비시자동차 등 기업들의 실적악화 발표가 잇따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업 경기체감지수인 단칸(短觀)지수가 2년만에 처음으로 하락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31개 금융기관들의 예상치를 종합한 결과 단칸지수가 지난해 12월 10에서 올 3월에는 1로 떨어져 2년만에 처음으로 하락할 것으로 조사됐다고 30일 보도했다. 통신은 또 오는 9월까지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본은행이 3개월마다 9,000여 기업을 대상으로 경기전망을 조사, 발표하는 단칸지수는 0을 기준으로 플러스면 기업들의 투자증가를 마이너스면 투자감소를 의미한다. 바클레이스 캐피털 저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야마자키 마모루는 "수출증가세 둔화에 따른 매출 및 순익 감소에 일본을 비롯한 세계경제에 대한 불안감까지 더해지고 있다"며 "아이와, 산요 등 대기업들의 대규모 정리해고 발표로 기업인들이 더욱 움츠러들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정책당국에 압력가중=일본은행에 보다 근본적인 발상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19일 일본은행이 7개월만에 제로금리로 복귀했지만 실물경제를 부양하기 위해서는 인플레 목표치를 4%대로 잡고 통화량을 대폭 늘리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로렌스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도 지난 27일 "디플레이션이 지속되는 한 경기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정책전환을 촉구했다. 일본은행은 현재 통화량을 급격히 늘리는 것은 퇴출이 마땅한 부실기업의 생존을 연장해주는 것에 불과하다며 이를 거부하고 있다. 김호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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