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1부. 금융의 미래를 고민하다] <1> 기로에 선 금융산업

■ 리빌딩 파이낸스 2014<br>환란후 금융사 대전환점…보신 버리고 생존 청사진 새로 짜야<br>이자수익 비중이 90%… 위기에 맷집 약하고 순이익 갈수록 줄어<br>덩치만 큰 주택금융, 질적 성장에도 힘써야<br>해외영업 소매금융 한계… 기업과 공동진출 모색을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의 금융산업은 전반적으로 빠른 속도로 회복해왔다. 2007년 15조원 수준이었던 은행의 순이익은 2008년 반 토막인 7조7,400억원까지 고꾸라졌지만 2010년 9조3,000억원, 2011년 11조8,000억원 등으로 차곡차곡 올라섰다. 하지만 저금리의 전조가 나타나기 시작한 지난해 8조7,000억원으로 순이익이 급감하더니 올해는 지난 3·4분기까지 4조4,000억원에 그쳤다. 금융환경 변화가 금융산업의 수익성 악화에 직격탄이 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문제는 이런 변화가 일시적이 아닌 구조적이라는 사실이다. 과거 위기가 단기전이었다면 현재의 위기는 장기전에 가깝다. 1990년대 외환위기에 버금가는 대전환점이 도래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금융 당국의 스트레스테스트 결과(경제성장률과 기준금리 1%포인트 하락)를 보면 오는 2017년 은행권의 순익은 1조4,000억원으로 쪼그라든다. 특히 불황 지속으로 건설·해운·조선 등의 업종에서 한계에 내몰리는 기업이 늘면서 금융사의 숨통을 옥죄는 실정이다.


이런 어려움은 금융회사는 물론이고 금융 당국에도 과감한 변신과 치열한 고민을 요구한다. 한 시중은행장은 "지금의 금융산업 환경은 현 금융인의 관행화된 두뇌 구도만으로는 생존하기 힘들 정도로 각박하다"며 "금융 당국과 금융인 모두가 보신주의 행태를 버리고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한 과감한 발상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위기에 맷집 약한 금융산업=국내 은행의 수익성은 선진국 은행의 흐름과는 대조적이다. 올 상반기 국내 상위 10대 은행의 총 자산순이익률(ROA)은 0.30%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말보다는 0.17%포인트 하락한 것이고 2008년 금융위기보다도 0.18%포인트 낮은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2008년 -0.04%에서 올 상반기 0.79%로, 같은 기간 영국은 -0.13%에서 0.24% 등으로 개선됐다. 파생상품 투자로 수익이 급감했지만 최근 경기 회복으로 경영이 개선되고 있는 것이다.


반면 국내 은행은 이자 수익 비중이 90%에 달하는 탓에 저금리·저성장에 맷집이 약할 수밖에 없다. 최수현 금융감독원 원장도 지난 11월 서경금융전략포럼을 통해 "국내 은행의 당기 순이익 중 해외 비중은 아직도 고작 7.7%(지난해 기준)에 불과하다"며 분발을 촉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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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사의 은행 집중도 문제다. 금융지주의 순이익 은행 의존도는 KB금융이 지난해 말 72.6%에서 올 3·4분기 73.1%로, 신한금융은 같은 기간 71.3%에서 74.7%로 각각 증가했다.

하나금융은 39.9%에서 무려 71.8%로 뛰었다. 우리금융은 88.6%에서 47.7%로 줄었지만 수익이 급감해 의미가 없다. 은행지주라는 자조 섞인 표현이 그냥 나오는 게 아니다. 손상호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금융회사들이 시행 중인 대책도 한계가 있다"며 "영업하는 지역 범위를 넓히고 업종도 다양화돼야 운신의 폭이 커진다"고 말했다.

◇변화 맞춰 새 청사진 구축해야=금융위원회는 최근 금융비전을 통해 앞으로 10년간 금융업의 부가가치 비중을 현재의 6% 수준에서 10%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금융을 실물 경제의 윤활유로만 바라보는 시각을 넘어 '산업적 마인드'로 접근해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구체화한 것이다. 하지만 금융의 양적 팽창과는 별개로 질적 측면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가계 부채 1,000조원에서 보듯 주택금융의 덩치만 컸지 나머지 해외 사업, 자산 관리 서비스, 벤처금융 등은 여전히 게걸음에 그치고 있기 때문.

금융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위험을 감수하면서 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자본시장에서 미약한 측면이 있고 전문가도 부족한 게 현실"이라며 "금융 당국도 이런 점을 알고 지원할 것은 지원하고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정 지역으로 몰리는 해외 진출에도 냉정한 접근이 필요하다. 임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해외에서 소매금융으로는 승산이 없다"며 "해외 발주처가 입찰 참가업체에 금융조달 계획까지 갖추도록 요구하는 만큼 국내 은행으로서는 해외로 나가는 기업과 손잡고 경험을 늘려가며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일섭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실장은 고비용 구조와 관련해 "인력 구조조정의 경우 장기적인 채널 전환 관점에서 비전을 갖고 접근하되 현금자동입출기(ATM)처럼 오버 뱅킹의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은 빨리 손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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