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현대차 삼성동시대 열다] 업무·상업 중심축 삼성·잠실로… 강남권 부동산 지도 바뀐다

옛 감정원 부지·종합운동장 등과 연계 개발

국제교류복합지구 들어서면 가치 천정부지

초대형 호재에 주변 빌딩 벌써 매물 거두기도

현대자동차그룹이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공사 사옥 부지를 품에 안으면서 강남권의 부동산 중심축이 강남역에서 삼성역 일대로 급격하게 옮겨올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서울시의 영동권 마이스(MICE) 개발 대상 지역인 한전 부지와 주변 부지 전경.
/권욱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공사 본사 부지의 낙찰자로 선정되면서 강남권 부동산 지도에도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품에 안긴 한전 부지는 삼성동 COEX~잠실운동장 일대를 마이스(MICE) 산업 중심지로 조성하겠다는 서울시 계획의 중심축이다. 이에 따라 한전 부지 및 주변 부지개발 사업이 완료되면 지하철 2호선 강남역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던 기존 강남권의 업무·상업 중심축이 삼성·잠실동 일대로 급격히 이동할 것이라는 관측을 낳고 있다. 특히 현대차그룹이 한전 부지에 당초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10조원이 넘는 금액을 베팅하면서 주변 집값과 땅값을 함께 끌어올리는 등 시장 전체에 미치는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에 따르면 한전 부지(7만9,342㎡)를 포함해 COEX~잠실운동장 일대 총 72만㎡의 부지는 기존 COEX와 연계해 국제업무·마이스·스포츠·문화엔터테인먼트 기능을 살린 대규모 국제교류 복합지구로 개발된다. 부지면적만 축구장 100개가 넘는 규모인데다 서울 강남권 노른자위에 위치해 개발 후 가치는 천정부지로 치솟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난 1970년부터 서울 강남 지역 개발이 이뤄져 성숙단계에 들어섰기 때문에 한동안 강남권에서는 아파트 재건축을 제외하고는 대규모 개발의 여력이 거의 없었다"며 "한전 부지와 인근 한국감정원 부지, 서울의료원 부지 등이 개발되면 강남의 부동산 지도가 획기적으로 변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 심장부에 국제교류복합지구 조성=한전 부지가 현대차그룹의 통합사옥으로 개발되면 당장 근무인력만 1만8,000여명에 달한다. 임직원 중 일부만 새 사옥 근처로 주거지를 옮기는 것만으로도 당장 주변 주택시장에는 엄청난 수요가 발생하는 셈이다. 사옥 주변에서 발생하는 소비까지 감안하면 파급 효과는 서초동 삼성타운 못지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한전 부지 이외 주변 부지 개발에 따른 연쇄효과까지 감안하면 인근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예상을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2011년 삼성생명이 사들인 옛 한국감정원 부지(1만989㎡) 역시 마이스 산업 육성을 위해 제3종 일반주거지역에서 준주거지역으로 용도지역을 변경해 개발이 이뤄질 예정이다. 1만㎡가 넘는 민간소유 부지인 만큼 '사전협상제도'를 통해 민간과 서울시가 협상을 거쳐 세부개발계획을 수립하는 방식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용적률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만큼 부지면적의 최대 40%를 기부채납하는 조건이 추가된다"며 "국제업무 및 마이스 지원시설을 도입하고 저층부에는 문화·상업 시설을 설치하며 탄천변까지 공공 보행통로를 연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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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소유하고 있는 서울의료원 부지(3만1,657㎡)는 연내 일부 부지(2만2,650㎡)를 우선 매각해 국제업무 및 마이스 지원시설을 도입하고 잔여 부지는 국제기구 전용공간 등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지하철 3호선 학여울역 인근의 서울무역전시장(SETEC) 부지의 경우 기존 전시·컨벤션 시설을 3배가량 늘려 업무·숙박 기능까지 갖춘 복합시설로 개발한다.

이밖에 1980년대 후반에 지어져 노후된 잠실종합운동장도 돔구장 등으로 새롭게 정비해 삼성동 일대와 연계한다. 리모델링을 통해 기존 스포츠 기능을 강화하고 K팝 등 한류문화의 확산거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초대형 호재에 주변 부동산 들썩=이 지역에 현대차그룹 본사가 들어서면 주변 오피스 시장과 중소형 빌딩은 상당한 후광효과를 누려 땅값과 임대료가 적지 않게 뛸 것으로 전망된다. 감정가의 3배가 넘는 10조5,500억원의 가격에 낙찰된 것은 매입 가격의 적정성을 떠나 주변 부동산 역시 동반 가치 상승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일단 삼성역 인근이 기존 제1의 오피스타운 중심축이었던 강남권과 맞먹거나 오히려 이를 웃돌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특히 강남역에 삼성타운이 들어서면서 협력업체들이 많이 모여들었던 것처럼 삼성역에 현대차그룹 본사가 들어오면 관련 업체 및 협력업체의 임대수요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장진택 리맥스코리아 이사는 "삼성역 인근에 현대차그룹 본사를 비롯한 오피스 시장이 형성되고 덩달아 상권 역시 확장될 가능성이 높다"며 "땅값과 임대료가 강남역 수준까지 올라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강남역부터 삼성역까지 테헤란로를 중심으로 형성된 오피스 시장이 삼성역을 넘어 잠실역까지 연장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부동산컨설팅회사 대표는 "과거 잠실 오피스 시장은 수요와 개발 유인이 많지 않았는데 이번 한국전력 부지 낙찰로 상황이 달라졌다"며 "제2롯데월드 완공과 영동권 복합지구 개발로 강남역부터 잠실역까지의 오피스 시장의 연결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상권 확장의 직접적인 수혜를 받는 중소형 빌딩은 벌써 개발 기대감을 반영한 모습이다. 중소형 빌딩 소유주들이 이미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호가를 많이 올렸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빌딩거래정보업체 알코리아에셋에 따르면 삼성동의 300억원 이하 중소형 빌딩 거래는 올해 7월 현재 7건으로 지난 한해 8건에 벌써 육박했다. 특히 4건의 거래가 COEX 뒷편 블록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황종선 알코리아에셋 대표는 "인근 개발이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 주시하며 현재는 시장이 관망세에 들어간 상태"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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