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손 놓은 전세대란 대책

"올 가을 전세를 빼서 아파트를 사려고 했는데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것 같다고 주변에서 만류하고 있어요. 전셋값은 급등할 텐데 내 집 마련 시기를 더 기다려야 할까요?" 주식시장이 출렁였던 11일 오전 오랫동안 알고 지내온 한 지인이 황급히 전화를 걸어와 안부인사도 없이 던진 질문이다. 미국과 유럽에서 시작된 주식시장 폭락에 서민들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금융시장 충격파가 곧바로 실물자산으로까지 밀려오면서 부동산시장 침체의 골도 더욱 깊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가 조사해 이날 밝힌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집을 살 계획을 가진 수도권 거주자 비율이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았다. 조사 대상자 742명 중 6개월 안에 주택을 구입하겠다는 응답이 14.4%, 신규 아파트를 분양받겠다는 응답은 12.4%에 그쳐 이를 반증했다. 최근 회복 조짐을 보이던 주택시장이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주가 폭락 사태를 맞아 '지금은 집을 살 때가 아니다'라는 심리가 더욱 강하게 작용한 셈이다. 요즘 출입처 취재원들 역시 얼마 전 집을 팔려고 내놨는데 값을 낮춰 파는 게 좋은지 자문을 구해오곤 한다. 지금보다 부동산 가격이 더 하락할 것이라는 심리가 많은 사람들 사이에 퍼진 것이다. 그 반작용으로 하반기 전셋값 폭등이 예상되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벌써부터 학군 좋은 지역의 부동산 중개업체에서는 웃돈을 주고서라도 전셋집을 구해달라는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이렇듯 하반기 전세대란이 뻔한 상황에서 담당부처인 국토해양부를 비롯한 정부와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는 전세공급에 대한 대책마련은 고사하고 실태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국토부와 서울시 측은 마치 입을 맞춘 것처럼 "다각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솔직히 뚜렷한 대안이 없는 게 사실"이라고 푸념한다. 자택 거주비율을 높이지 않고서는 전세대란을 해결할 묘책이 없다는 변명만 늘어놓고 있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매년 문제가 터진 뒤 미봉책을 내놓고 슬그머니 책임을 회피해오곤 했다. 올해는 금융위기까지 겹쳐 전세대란이 더욱 심각할 것으로 우려된다. 임시방편이 아닌 좀 더 적극적이고 근본적인 대응책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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