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일 삼성그룹 인사에서 승진한 이재용 부회장은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에서 경영 보폭을 크게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경영을 총괄하는 권오현 부회장(대표이사)과 호흡을 맞춰 CE(윤부근 사장) 부문과 IM(신종균 사장), 부품 부문인 메모리(전동수)사업부와 비메모리(우남성 사장)사업부에 대한 지휘를 맡게 된다.
그러나 삼성그룹 내부에서는 이 부회장이 승진 이후 삼성전자 경영에만 몰두하기보다는 삼성전기와 삼성SDIㆍ삼성디스플레이 등 삼성전자 계열사를 사실상 진두지휘하는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전자 세트 부문까지 아우르는 역할을 하게 되는 점을 감안할 때 삼성전자 세트 부문에 부품을 공급하는 전자 계열사로 이 부회장의 경영상 역할이 커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최고운영자(COO) 기간 동안에도 삼성SDI의 2차 전지 영업 전면에 나서고 과거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의 현안에도 깊숙이 개입하는 등 폭넓은 경영 보폭을 보여왔다. 결국 부회장으로 승진한 후에는 이 같은 경영 보폭 확대와 경영 수업의 범위가 더욱 넓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편 삼성그룹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의 승진을 깜짝 놀랄 정도로 예상치 못한 인사로 받아들이는 기류도 있다. 최근 정치권에서 제기하고 있는 경제민주화와 관련해 그룹에서는 이 부회장의 승진 시기를 올해가 아닌 내년이나 내년 이후로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건희 회장이 직접 승진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부회장 승진까지의 기간을 생각하면 이 부회장의 승진 카드는 무난한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이 부회장의 경우 지난 1991년 삼성전자 부장으로 입사한 뒤 상무보와 상무를 거친 후 2007년 전무에 오른 뒤 2년 만에 부사장으로 임명됐다. 2010년 말에는 사장으로 오른 뒤 2년 만에 다시 부회장으로 전격 승진했다.
CJ그룹의 경우 정용진 부회장이 입사 11년 만에 부회장으로 승진하고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15년 만에 부회장으로 승진한 점을 감안할 때 이례적으로 부회장 승진에 걸린 시간이 다른 기업들보다 길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이 신임 부회장은 글로벌 경영감각과 네트워크를 앞세워 그동안 경쟁사와의 관계구축 등에 공을 세웠다"며 "스마트폰과 TV, 반도체, 디스플레이에 이르는 실적개선에도 기초를 다져 자력만 놓고 봐도 승진인사는 무리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건희 회장의 세 자녀 중 장남인 이 부회장만 승진하고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부사장 등은 그대로 현 직급을 유지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