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안팎에서는 “우리당이 요즘 `열린당`인지 `닫힌당`인지 솔직히 헷갈린다”는 얘기들이 많다.
`열린우리당`이 지난 27일 창당준비위원회 결성식을 갖는 등 창당을 본격화하고 있지만 당초 스스로 천명한대로 개혁과 변화의 주도세력 역할을 제대로 해낼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당은 정치개혁 기수를 자임하며 젊고 개혁적 인사들을 주축으로 민주당을 탈당할 때만 해도 국민들에게 기대와 희망을 주었다. 그러나 최근 모습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기성 정치권과의 차별성을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우선 핵심 정치개혁안으로 원내정당 구현을 약속하고 그 일환으로 권한이 한층 강화된 원내총무격의 원내대표까지 임명했다. 하지만 사실상의 집권당인 우리당은 새해 나라 살림살이인 예산과 개혁 및 경제ㆍ민생법 심의가 한창인 정기국회 회기중 정쟁의 중심에 서서 대통령 재신임과 대선자금 정국에 대처하는데만 바쁘다. 실제로 얼마전 2차 추경안 처리를 위한 두차례의 국회 재경위 전체회의엔 단 한명의 우리당 소속 의원도 나타나지 않아 빈축을 샀다.
대통령이 당적을 갖지 않은 새로운 4당체제에서 당정협의 채널이 가동되지 않는 상황이라지만 이렇다할 정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 기반의 지난 국민의 정부가 추진했던 대북 햇볕정책과 경제정책을 계승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다. 이에 따라 김근태 원내대표보다는 김원기 공동 창당준비위원장이 더 부각되고 있다. 홍보위원장과 공보실의 역할도 다른 정당의 대변인과 대변인실이 하는 일과 별반 다르지 않다. 당초 우리당은 정당간 성명전으로 소모적인 정쟁을 부추긴다며 대변인제를 폐지하는 대신 홍보위원장을 임명하고 공보실을 운영하고 있다.
민주당 분당(分黨)과 우리당 창당과정에서 보여준 현역의원 `끌어모으기` 역시 수(數)를 앞세우기 위한 `세몰이정치`로 구태정치 행태를 답습하고 있다. 그 결과는 도덕성을 의심받는 의원들과도 당을 함께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남 창당준비위원장인 송영진 의원이 최근 미 8군 카지노에서 도박을 해 물의를 일으킨 것은 그 대표사례다.
열린우리당은 하루빨리 초심으로 돌아가 당명(黨名)에 맞는 정체성을 선명하게 드러낼 필요가 있다. 그래야 당명에 대한 논란도 사라질 것이다. 아니면 과거 잘못된 정치행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해 답답한 `닫힌 정치실험당`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구동본기자(정치부) dbko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