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총살한 안중근(1879~1910)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태진 서울대 국사학과 명예교수는 18일 전국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제1회 서울대사학인 포럼에서 ‘안중근의 동양평화론’이라는 주제의 특강을 통해 “올해 안중근 하얼빈 의거 100년을 맞이해 후손들은 그에 대한 호칭인 의사(義士)를 ‘장군’으로 바꾸고, 또 그가 ‘동양평화론’에서 주장한 동아시아 경제(금융) 공동체의 의미를 세상에 널리 알리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 교수는 안중근을 장군으로 자리매김해야 하는 근거로 그가 일본 관동도독부 뤼순지방법원 법정에서 자신은 대한독립의군의 참모중장으로서 적장을 사살한 것이므로 자신에게 적용할 법은 1899년 제1차 만국평화회의에서 정한 ‘육전(陸戰)에서의 포로에 관한 법’이라고 주장한 점을 들었다.
또 ‘동양평화론’에서 안중근은 러시아의 동아시아 국가에 대한 침략가능성을 거론하며 이를 막기 위해 한ㆍ중ㆍ일 3국이 대등한 위치에서 동양평화회의체를 만들어야 하고, 3국 공동 은행을 설립해 3국 통용의 화폐를 발행하여 경제공동체를 이룩하자고 역설했다. 3국의 주요 지방에 은행지점을 내어 공용화폐를 널리 보급, 산업발전을 함께 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명예교수는 “안중근이야말로 세계사적으로도 가장 앞서는 블록 경제론을 주창한 인물”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