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신라 1,000년 신비어린 '야외박물관'

신라 1,000년 신비어린 '야외박물관'경주남산...석불·절터등 불교유적 744점 신라 1,000년의 영고성쇠가 서린 땅 경주. 불국사, 석굴암, 첨성대, 무열왕릉 등 가볼만한 곳이 많지만 경주 사람들은 『남산에 오르지 않고서는 경주를 보았다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한다. 동서 길이 4㎞, 남북 8㎞, 둘레 24㎞의 작은 산인 경주 남산. 남산 등반은 1,000년 세월의 풍화작용에도 흔적이 남아 있는 옛 신라 민중의 비원(悲願)을 찾아가는 길이다. 금오산(468M)과 고위산(494M)에서 뻗어내린 40여개의 등성이와 골짜기에 국보급 문화재가 발길 닿는대로 널려 있다. 현재 남산에 있는 유적의 수는 무려 744점. 절터 180여곳, 석불·마애불 118여체, 석탑·폐탑 80여기, 왕릉 13개소 등에 달한다. 이중 문화재로 지정된 것만 42점이다. 흔히 남산을 「야외 박물관」이라 부르지만 산속에 유물이 있는 게 아니라 남산 자체가 거대한 문화재인 셈이다. 오는 12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록도 앞두고 있다. 남산의 주요 등산로는 70여개 정도. 비록 산은 그다지 깊지 않지만 곳곳이 등산로다. 이중 유적을 제대로 감상하고 산행도 즐기려면 삼릉골을 따라 배리삼존불~삼릉~석조여래좌상~마애관음입상~선각육존불~마애여래좌상~석조여래좌상~선각마애불~상선암~선각보살입상~마애여래대좌불~상사암과 소석불~봉생암터~바둑바위 코스를 이용한다. 3시간30분 정도 소요. 『신라인들은 남산의 바위를 쪼아 부처님을 만든 게 아닙니다. 바위 속에 숨어있는 부처님을 슬며시 드러낸 것이라고 봐야지요.』 경주 남산연구소의 김구석(48)실장은 불상 순례의 키포인트를 이렇게 지적한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 이 산에 끌린 뒤 30여년을 남산과 함께 지냈고 700여회나 남산 안내를 맡았다. 지난해에는 아예 공무원 생활을 그만두고 남산연구에 골몰하고 있다. 김씨의 말대로 남산의 불상은 불교가 바위신앙과 결합하던 당시 시대상황과 연결해 이해해야 한다. 불상의 머리나 옷주름, 가슴 등 앞부분은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로 섬세하지만 대좌, 후면 등은 투박하게 대충 깎아놓았다. 이는 『조선 사람들은 재주는 좋은데 뒷마무리를 못한다』는 일제시대 일본 학자들의 편견과는 달리 『신라 백성들의 염원에 감동한 부처님이 바위 속에 숨어 있다가 막 모습을 드러내는 환희의 순간을 표현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삼릉골에서 맨 처음 만나는 것은 배리삼존불. 남산 기슭에 흩어져 있던 석불 3개를 1923년 한자리에 세운 것이다. 풍만한 사각형의 얼굴, 깊이 파인 보조개, 둥근 눈썹 등 이리보면 마음씨좋은 아줌마이고, 저리보면 티없이 맑은 어린애의 얼굴이다. 한편으론 범접할 수 없는 신비감도 풍긴다. 다음은 신라 경명왕·신덕왕·아달라왕의 무덤인 삼릉. 계곡을 따라 300M쯤 더 올라가면 머리없는 석불좌상이 나온다. 두 무릎마저 파괴돼 있지만 편안히 앉은 자세며 기백이 넘치는 가슴이 위풍당당하다. 여기서 북쪽 산등성이를 보면 마애관음입상이 부드러운 미소를 띤 채 중생들을 내려다보고 있다. 『비바람 치는 노천에 부처님을 세운 것은 무슨 뜻일까요. 산기슭을 올려다보며 이름을 부를 때마다 부처님이 하강해주시는 그 극적인 순간을 나타낸 게 아닐까요.』 역시 김씨의 해석이다. 계곡을 더 올라가면 넓다란 바위에 선으로 새긴 선각육존불이 나온다. 부처님이 바위속 휘장을 걷고 막 얼굴을 내미는 듯하다. 다음은 석조여래좌상. 비록 심하게 부서진 머리를 시멘트로 붙여놓긴 했지만 연화대좌, 불상의 광배 등이 화려하기 짝이 없다. 여기서 감동을 누를길 없는 김씨의 시심(詩心)이 터져나온다. 『천년. 부처는 그렇게 앉아 계시고. 천년. 부처는 그렇게 서 계실 것이다. 부처는 바위. 바위는 부처. 우러러보는 사람도 부처. 모두 피가 통하는 한마음 한몸이다. 푸른 하늘 흰 구름. 구름 그대로, 바위 그대로. 그저 그대로다. 천년이 왔다 가는 그저 그대로다.』 사찰인 상선암을 지나 마애여래대좌불. 거대한 자연 암반에 6M 높이로 양각된 이 불상은 남산에서 두번째로 크다. 불상 앞 평평한 암반 위에 서자 경주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마치 자애로운 부처님이 이제 막 나타나 중생을 살피고 있는 형국이다. 그제서야 『남산의 불상은 자연과 어울려 그자리에 있을 때만 빛을 발한다』는 김씨의 지적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남산연구소= 불탑·절터등 남산유적과 관련문헌은 남산연구소홈페이지(WWW.KJNAMSAN.COM)에서 찾을 수 있다. 산행코스·남산문화축제 소개도 있고, 관련서적도 별도의 우송료없이 구입할 수 있다. 김구석씨의 안내를 원하면 인터넷을 통해 신청하면 된다. 문의 (054)775-7142 남산(경주)= 최형욱기자 CHOIHUK@SED.CO.KR입력시간 2000/08/29 19:43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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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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