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기상이변에 투기세력까지 가세… 악몽 현실화 우려 커져

[식량파동 재연되나] <br>당시엔 고유가가 곡물파동 야기… 올해는 기록적 가뭄·홍수가 원인<br>농산물값 상승 → 곡물파동 여부 달러화·국제원유가 향방에 달려


지난달까지만 해도 밀 가격 상승에 따른 식량 파동에 대한 우려는 높지 않았다. 세계 1위 수출국인 미국의 밀 작황이 좋았고 경기회복 부진으로 소비자 물가가 안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국제곡물위원회는 올해 러시아의 밀 수출량이 550만톤 줄어 1,280만톤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지만 미국이 2,850만톤을 수출해 부족한 부분을 메워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러시아의 산불과 밀 수출 금지 조치 가능성까지 제기되며 밀 가격이 부셸당 7달러를 넘어서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옥수수에서 쌀까지 거의 모든 농산물이 기록적인 수준으로 상승한 2008년 글로벌 식품 파동을 상기시킨다"고 보도했다.


급격한 가격 상승으로 곡물 파동에 대한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현실화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먼저 주목할 것이 올해와 2년 전 농산물 가격의 폭등 원인이 상이하다는 점이다. 2008년에는 석유가격 상승이 곡물 파동을 야기했지만 올해에는 가뭄ㆍ홍수 등 재해가 원인이 됐다.

2008년 6월 당시 석유 가격은 배럴당 140달러까지 치솟았다. 이는 전반적인 물가 상승을 촉발했고 그 연장선상에서 곡물 가격이 폭등했다. 석유 가격이 폭등하자 바이오 연료 수요가 증가했고 이는 식량이 연료로 전용되는 계기가 됐다. 2008년 미국에서는 전체 옥수수 가운데 바이오 에탄올로 이용되는 비중이 31%에 달했다. 또 신흥국들의 육류 소비증가도 곡물 가격 상승의 원인이 됐다. 이 같은 현상은 전반적인 식량 부족에 대한 우려 증가로 나타났다.

올해에는 130년 만에 최악인 러시아의 가뭄이 원인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4일 보고서에서 세계 밀 생산량 전망치를 6월 전망치인 6억7,600만톤에서 2,500만톤 줄어든 6억5,100만톤으로 하향 조정했다. FAO는 "밀 생산량 전망치 하향 조정은 공급 상황 악화 때문이며 밀 가격 상승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파키스탄을 휩쓴 홍수로 식량이 대거 유실되면서 수입량이 급격하게 증가할 것이란 전망은 가격 상승의 불길에 기름을 부었다.


하지만 글로벌 투기자금이 개입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움직임을 예단할 수 없다. 2008년 식량 생산량이 급격히 감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곡물 가격이 2배 이상 뛰는 등 투기 세력의 개입은 수요공급의 원칙에 적용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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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물가격은 사실상 곡물메이저에 의해 결정돼왔다. 가격 담합 등 불공정 행위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곡물 메이저들은 또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시카고 선물거래소(CBOT)등 선물시장에 개입해 가격을 조작해왔다.

세계 곡물시장은 미국계 카길ㆍADMㆍ콘아그라 등 '7대 메이저'가 장악하고 있다. 이들은 또 곡물의 생산ㆍ가공ㆍ저장ㆍ수송 등 전과정을 완전히 통제하고 있다. 7대 곡물 메이저는 세계 곡물 교역량의 80%를 지배하고 있으며 저장 능력은 75%, 수출 능력 56%, 밀 제분에서 69%를 각각 차지하고 있다.

채현기 대신경제연구소 경제조사실 연구원은 "주요 곡물 생산량 감소 전망이 이어지며 가격이 오르는 가운데 유로 가치가 다시 반등하고 달러가 약세로 돌아서자 위험자산 선호 현상으로 농산물 등 상품에 투기 자본이 몰린 것도 가격 상승을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농산물 가격 상승이 곡물 파동으로 이어질지 여부는 달러와 국제 원유가격 움직임에 달려 있다고 분석한다.

곡물가에 영향을 주는 핵심 요인은 석유 가격의 흐름이다. 미국의 느린 경기회복 추세에도 불구하고 유가는 꾸준히 상승,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는 현재 배럴당 82.47달러까지 상승했다. 석유가격이 추가로 상승할 경우 농산물 가격을 위협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시장 참여자들은 현재 유가 상승에 베팅하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곡물가격 불안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트레이더인 GA글로벌마켓의 토니 로사도는 "유가가 80달러를 돌파하면서 70~80달러 박스권 탈출의 청신호가 켜졌다"고 말했고 PFG베스트의 애널리스트인 필 프라인 "2009년의 묻지마 투자가 재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채 연구원은 "가격 상승이 이어지겠지만 기세는 둔화될 것"이라면서 "달러 약세가 계속 갈 것인가가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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