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또 하나의 '전시행정'

[기자의 눈] 또 하나의 '전시행정' 강동호 기자 eastern@sed.co.kr 지난 18일 울릉도 도동항 독도박물관 인근에서는 의미 있는 행사가 있었다. 우리나라 지적원점을 도쿄측지계에서 세계측지계로 바꾸는 동해원점 설치 제막식이 열린 것. 한일합방 이후 거의 100년간 사용돼온 일본식 측량기준을 비로소 국제표준으로 바꾼다는 상징적인 의미 외에 원점에서 멀어질수록 측량오차가 커지는 문제점을 해소하는 측량 과학화의 첫 발을 내딛는 행사라는 의미를 지녔다. 정부는 울릉도 외에도 앞으로 전국 1,200여개 지점에 세계측지계의 기준이 되는 위성 기준점을 단계적으로 설치하고 조만간 지적법 개정을 거쳐 오는 2010년부터 새 측지기준을 전국적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 행사를 준비한 행정자치부가 여전히 보여주기 위한 '전시행정(展示行政)'의 구태를 재현한 점은 씁쓸한 뒷맛을 남기고 있다. 행사 당일 홍보관리팀과 실무부서인 지적팀 소속의 담당 공무원들이 자리를 비워 언론사의 빗발치는 추가설명 요구에 충분히 답변할 수 없었다. 남아 있는 공무원들은 지적원점 전환의 내용이나 의미 등에 대해 전혀 설명할 수 없었고 담당 공무원들은 모두 행사장에 나가 있다 보니 기자들과의 연락은 물론 질문에 대해 차분히 답변할 수가 없었다. 당일 행사장에는 행자부 장관, 박연수 지방재정세제본부장, 정윤열 울릉군수와 경북도 및 경찰청 관계자 등 50여명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행자부 공무원들이 장관이 '뜨는' 행사에 너도나도 따라 나서려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국민의 알권리'를 이처럼 소홀히 생각하는 일은 이해하기 어렵다. 측지기준의 전환에 대해 제대로 국민에게 알리려는 마음이 있었다면 최소한 1~2명은 남아 있어야 하지 않았을까. 물론 70여쪽에 달하는 방대한 자료를 뿌렸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을 수는 있다. 그래도 국민이 알고 싶어하는 정보와 정부가 알리고 싶어하는 정보가 항상 일치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각 부처에 홍보팀이 있고 국정홍보처가 있는 것 아닌가. 행자부는 말로만 '봉사 행정'의 구호를 떠벌릴 게 아니라 좀더 '국민의 알권리'를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주기 바란다. 입력시간 : 2006/10/22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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