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토요 Watch] 오너들의 예술 사랑 뮤지엄으로 꽃피다

미술품·희귀도서·핸드백 등 색다른 박물관 잇따라 세워<br>"아날로그적 감성·미래 모색" 문화 통한 창조경영 장으로


5일 서울 종로구 가회동 북촌한옥마을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 젊은이들이 삼삼오오 전시실을 거닐며 책을 신기한 듯 들춰보고 있었다. 최근 문을 연 이곳에는 뉴욕현대미술관 수석 큐레이터와 글로벌 북 큐레이터 등이 선정한 국내외 디자인 희귀도서 1만1,150여권이 소장돼 있다. 안내를 맡은 윤선미(30)씨는 "하루 평균 200명가량 방문하는데 평일 점심시간대에는 30대 직장인들이, 주말에는 40~50대 중장년층이 많이 찾는다"고 전했다.

기업 오너ㆍ최고경영자(CEO)들의 예술사랑이 박물관ㆍ미술관ㆍ기념관 등 뮤지엄으로 결실을 보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아트뮤지엄'으로 통칭되는 미술관 건립은 물론 책 뮤지엄, 가방 뮤지엄 등 아이템도 다양해지고 있다. 단순한 전시에서 한발 더 나아가 문화를 통해 창조경영을 모색하는 계기로 삼으려는 움직임까지 엿보인다.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은 2011년 말 "디지털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금융산업도 디지털이 주류를 이뤘지만 창조와 혁신은 아날로그적 감성과 몰입을 통해 나온다"며 디자인 라이브러리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가장 오랜 역사를 지녔으면서도 가장 생명력이 강한 '책'이라는 미디어를 통해 아날로그적 몰입과 새로운 영감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포착하자는 취지에서다. 정 사장은 현대카드 최대주주인 현대ㆍ기아자동차그룹 정몽구 회장의 사위다.


지난해 7월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는 손잡이가 달린 쇼핑백 모양의 건물이 들어섰다. 코치ㆍ마이클코어스ㆍ마크제이콥스 등 세계적 명품 가방을 만드는 시몬느의 박은관 회장이 세운 세계 최초의 핸드백 박물관으로 이름은 '백스테이지(BagStage)'다. 이곳에서는 16~20세기의 희귀한 가방 350여점을 전시한다. 박 회장은 "핸드백을 생산하는 기업인 만큼 핸드백의 어제와 오늘을 고찰함으로써 내일의 방향성을 찾고자 했다"고 밝혔다. 전통적 방식의 미술관 건립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패션유통 전문업체 슈페리어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슈페리어타워에 슈페리어갤러리를, LIG손해보험은 마포구 합정동에 LIG아트스페이스를, 유니온약품의 안병관 회장은 서울 종로구 부암동에 서울미술관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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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식 경희대 미술대 교수는 "기업이 사회환원 차원에서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운영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미술관의 문턱이 낮아지는 것은 바람직하다"면서도 "설립과 운영을 구분해 운영은 전문가에게 맡기는 선진국 시스템을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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