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코넥스→코스닥 이전때 폭락 겁나네

기관 매물 폭탄에 메디아나도 곤두박질<br>개인예탁금제 완화 등 활성화 대책 필요


코넥스 기업이 코스닥으로 이전만 하면 주가가 급락한다. 지난 7월24일 코넥스시장에서 코스닥시장으로 이전상장한 아진엑스텍에 이어 두 번째로 자리를 옮긴 메디아나도 이전상장 첫날인 7일 급락했다.

이전상장이 주가급락으로 이어지는 악몽을 피하려면 3억원 이상으로 정해놓은 개인예탁금제도를 완화하는 등 코넥스시장의 거래 활성화 대책이 필요해보인다.


메디아나는 7일 코스닥시장에서 공모가(6,200원)보다 2.74%(170원) 오른 6,370원에 시초가를 형성했지만 장중 8.16%(520원) 떨어진 끝에 5,850원에 거래를 마쳤다.

메디아나는 코넥스시장에서 거래가 거의 되지 않거나 5,000주 이내에서 거래가 됐고 지난해 11월27일 1만6,000주가 거래된 게 최고 거래량이었다. 하지만 이전상장 첫날인 이날은 55만5,268주가 거래되며 주가가 급락했다.

이 같은 현상은 처음이 아니다. 7월24일 코스닥시장으로 새 둥지를 튼 아진엑스텍 역시 이전상장 거래 첫날 308만6,243주가 거래되며 10% 이상 급락했다. 메디아나와 아진엑스텍의 이전상장 첫날 대규모 물량을 내놓은 투자주체는 바로 기관이다.

벤처캐피털 등 코넥스기업에 투자한 기관투자가들은 코넥스시장에 있을 때는 매도주문을 내도 그 물량을 받아줄 주체가 없어 주식을 들고 있다가 코스닥시장으로 이전 상장이 되면 곧바로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대거 물량을 팔아치우기 때문에 이전 상장 첫날 주가 급락을 이끈다.

증권사의 한 기업공개(IPO) 담당 임원은 "코넥스시장에 상장된 기업들의 시초가가 코스닥 상장 기업들보다 다소 높게 설정되고 거래량이 없다 보니 주가 자체가 왜곡돼있는 상황"이라며 "이에 따라 이전상장 후 해당 기업에 투자했던 기관투자가들의 물량이 대거 쏟아지면서 주가가 급락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급락한 주가가 사실 적정 가격으로 볼 수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코넥스시장에서 정상가격으로 거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코넥스 기업들은 이처럼 고착화되고 있는 이전 상장의 악몽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선 3억원 이상으로 정해놓은 개인예탁금제도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과 달리 코넥스시장에 상장된 기업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3억원 이상을 예탁해야 하는 기본예탁금제도가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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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군호 코넥스협회장(에프앤가이드 대표)은 "가격은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맞게 자연스럽게 형성돼야 하는데 기본예탁금제도의 높은 장벽 때문에 코넥스시장의 거래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있고 이 때문에 코넥스 기업은 적정가치로 시장에서 평가받지 못한다"며 "거래가 좀처럼 이뤄지지 않으니 특정 세력에 의해 주가가 쉽게 움직이는 문제점도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세 번째와 네 번째로 이전 상장하는 기업들도 주가가 폭락한다면 코넥스시장으로 새롭게 유입되는 기업들도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관투자가들이 이전상장 이후 일정 기간 주식을 팔지 못하도록 하는 보호예수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강제하기는 어렵다. 코넥스기업인 툴젠의 김종문 대표이사는 "기관투자가들에 일방적으로 보호예수를 강요할 수는 없지만 금감원이나 거래소에서 최소한의 투자 가이드라인은 제시를 해줘야 업체도 보호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코넥스 상장사의 자체적인 노력도 요구된다.

이인형 자본시장연구원 부원장은 "영국의 비슷한 시장인 에임 역시 코넥스시장과 마찬가지로 유동성이 부족하다"며 "시장의 특성을 그대로 받아들이되 상장사들이 자체적으로 기업정보를 공개하고 기업설명회(IR)를 통해 투자자와 소통하려는 노력을 해 코넥스시장에서부터 적정가치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넥스시장에 상환전환우선주를 상장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아이디어도 나오고 있다.

투자은행(IB)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코넥스시장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털의 입장에서 이전상장 전 구주를 매입하면 가치 하락에 따른 안전장치가 전혀 없다"며 "이에 따라 주가가 오르면 보통주로 가지고 있고 주가가 떨어지면 채권으로 전환해 투자자에게 안정적으로 수익을 지급할 수 있는 상환전환우선주를 코넥스 기업들이 상장할 수 있게 한다면 기관투자가들 입장에서도 부담 없이 투자할 수 있고 코넥스시장의 거래량도 늘어날 것"이라고 제안했다.

한편 세 번째로 이전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테라셈 역시 메디아나의 주가 급락 소식은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서성기 테라셈 대표는 "아진엑스텍에 이어 메디아나도 이전 상장 주가가 급락해 걱정"이라며 "수요예측을 하고 난 뒤 자체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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