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선물 주고받기 운동을 펼치자

박인구 <동원F&B 대표이사>

우리 민족 고유의 전통 명절인 설이 다가왔다. 설이나 추석명절에 이웃간에 정이 가득 담긴 선물을 주고받는 것은 하나의 미덕이다. 또 어려운 사람이나 아랫사람을 돕는 것은 우리 미풍양속의 하나다. 그런데 그것이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날 정도로 심해지면서 선물이 기피와 경계의 대상으로 변질돼 선물 안 받기 운동까지 벌어지게 됐다. 그 사정을 모르는 바 아니나 운동으로까지 번지는 것은 문제다. 모든 선물이 마치 뇌물이나 대가처럼 취급돼 정성 어린 마음의 표시마저 하지 못한다면 이것은 바로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다. 일찍이 다산 정약용 선생은 목민심서에서 선물은 명분이 있으면 괜찮다고 한 바 있듯이 차제에 우리나라의 선물문화에 관한 사회적 공감대 같은 것이 형성됐으면 한다. 부패방지를 위해 명절 때가 가까워오면 정부의 감시활동이 빈번해지고 누가 걸렸다더라 하는 소문이 퍼지면 그 파장은 자연히 민간소비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 현실이다. 결과적으로 정상적이고 권장돼야 할 소비마저 움츠러들고 훈훈하고 따뜻한 온정이 결여된 냉정한 사회를 만든다. 합리적인 서양에서도 할로윈데이다, 밸런타인데이다 해서 카드와 조그만 선물을 보내는 것이 사회적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한다. 더욱이 크리스마스 때는 선물 주고받기가 관례화돼 있고 그동안 수고한 우편배달원을 위해 조그만 선물을 개인우편함 근처에 놓아두는 모습도 볼 수 있다. 국가원수의 외국 순방 때도 선물 교환이 이뤄지고 외국 바이어를 접대할 때도 선물은 과도하지 않다면 상담을 원활하게 하는 도구다. 일본에서는 오미야게(お土産)라 하여 선물이 하나의 문화로 정착돼 있고, 특히 8월15일에는 오추겐(お中元), 연말에는 오세보(お歲暮)라 하여 작은 선물을 주고받는 관습을 정부가 인정한 결과 합리적인 선물문화가 뿌리를 내린 지 오래다. 이와 같이 선물은 과도하지 않다면 메마른 사회를 기름지게 하는 촉매제로서의 가치가 충분할 뿐 아니라 자연발생적인 사회현상이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없앨 성질의 것이 아니다. 조그만 선물까지 간섭하고 규제하려고 해서야 어디 사람 사는 사회인가. 지난해 말 이해찬 총리가 식어가는 내수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미풍양속 차원의 선물 주고받기 운동을 펼치자고 제안했다. 환영할 만한 일이다. 명절이면 으레 이웃과 동료ㆍ아랫사람과 어려운 분들을 생각하게 되고 조그만 선물이라도 돌리는 것이 따뜻한 온기로 서로의 손을 잡고 나아가야 할, 바로 우리가 추구하는 더불어 사는 사회의 모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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