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파이낸셜 포커스] 신한·조흥은행 통합으로 본 하나·외환은행 통합

신한, 승진 등 통 큰 양보… 하나보다 많은 외환 급여가 관건

● 신한·조흥銀

2년간 '투 뱅크' 체제 준수에 존속법인-행장·브랜드 분산

● 하나·외환은행

근속연수 평균 5년差 부담… 디지털 금융發 고용도 난제


통합을 추진하는 쪽은 최대한 파열음이 나오지 않게 하려 하지만 쉽지 않다. 통합을 당하는 사람들은 당장 급여가 깎일지 모르고 길거리에 나앉을지 모르는 판이니 저항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들이 눈여겨보는 사례가 있다. 바로 지난 2006년 신한은행과 조흥은행의 합병이다. 후발은행인 신한은행이 선발은행인 조흥은행을 인수했고 공교롭게도 두 은행의 통합 작업은 거의 잡음 없이 이뤄졌다.


최근 하나와 외환은행의 조기 통합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가장 가까운 선례이자 성공한 사례로 꼽히는 2006년 신한과 조흥 합병이 어떤 경로를 밟았는지 새삼 관심이 일고 있다.

특히 하나금융 입장에서는 신한·조흥 사례가 동일 금융지주 안에서 투뱅크 체제를 유지하다 한 몸으로 거듭난 '선통합-후합병' 모델이라는 점에서 벤치마킹의 가치도 적지 않다.

금융 전문가들은 일단 하나와 외환 합병의 난이도가 더 까다롭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신한과 조흥의 경우 양사 통합의 전제조건이었던 독자경영기간(2년 이상)을 준수했고 직원의 근속연수나 직급, 급여 차이 등에서도 하나·외환보다는 갈등 유인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라는 게 주된 근거다.

금융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하나금융이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로부터 조기 통합에 대한 지지를 얻어낸 만큼 조만간 외환 노조와 물밑 협상에 들어가지 않겠느냐"며 "고용 안정, 인사 등과 맞물려 있는 급여 및 직급 문제 등을 어떻게 푸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뜨거운 감자는 급여, 직급, 그리고 고용=신한은 2003년 9월 조흥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했고 2006년 4월 통합했다. 2년 이상 투뱅크 체제를 유지하기로 한 약속을 지킨 셈이다.


당시 직급과 급여 문제에서 신한은 '통 큰 양보'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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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여가 업계 최고 수준이었던 신한은 조흥의 급여 수준을 1년 반 만에 동일한 수준으로 올려줬고 예금보험공사 아래에서 누적된 조흥의 인사 적체 문제도 3년가량을 조흥 직원의 승진을 많이 늘리는 방식으로 해결했다. 신한 입장에서는 비용 부담을 감수하고서라도 정서통합을 위해 결단을 내렸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비해 하나와 외환은 실타래가 더 꼬여 있다.

통합 예정보다 2년6개월여 이른 시점에 조기 통합 카드를 꺼내 노조의 반대가 심하다는 점은 차치하고서라도 피인수 기업인 외환의 급여 수준이나 근속연수가 하나은행보다 훨씬 위라는 점이 부담이다. 외환 직원의 근속연수(지난해 말 기준 17년)는 하나 직원보다 5년 정도 많고 동일 직급의 경우 급여도 성과급 비중이 높아 2,000만원가량 더 받고 있다.

과거 하나가 인수했던 충청(1998년), 보람(1999년), 서울은행(2002년) 등과는 차원이 다르다. 한 금융계 인사는 "하나로서는 같은 후발은행에다 지방은행이었던 이전 인수 은행과는 몸집이나 브랜드가 훨씬 상위인 외환과 급여 및 직급 문제를 풀어야해 쉽지 않다"며 "저금리와 불황으로 은행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얼마만큼 양보할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일정 기간 외환 직원에 대해서는 별도의 급여 체제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지만 이 경우에도 하나 직원의 불만이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고용 이슈도 난제다. 신한의 경우 통합 이후 1년이 지난 시점부터 3년간 희망퇴직을 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디지털 금융 확산으로 인력 감축 규모가 클 가능성이 농후하다. 노조와의 진통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존속법인, 통합은행장 등도 관심거리=하나와 외환 중 어느 쪽이 존속법인으로 남을지도 관심이다. 신한의 경우 존속법인을 조흥에 양보했다. 100년이 넘는 전통에다 조흥 직원의 자부심을 살려주는 차원에서 세금을 더 내기로 결정한 것.

반대급부로 초대 은행장으로는 신한 출신인 신상훈 전 행장을 선임했고 브랜드도 신한이 가져갔다.

하나도 이런 전례를 따를 여지가 적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하나금융으로서는 외환의 브랜드 가치가 해외에서 높다는 점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공동 상품 출시, 잦은 만남을 통한 이질감 극복 등 정서적 거리감을 줄이기 위한 노력은 두 사례 모두에서 나타난다. 하나·외환도 신한·조흥처럼 상대방 점포에서 대출 실적을 뺏어오는 경우는 실적에 잡지 않았다. 지금은 투뱅크 체제이지만 어차피 합해지는 운명 공동체라는 점을 감안한 조치였다.

결국 하나와 외환의 조기 합병 성공 여부는 하나금융이 단기 비용 부담을 무릅쓰고 얼마만큼 외환 직원에게 자존심과 실리를 안겨주느냐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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