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세종대왕식 한미 FTA 해법


산업혁명 이후 세계경제의 주도권은 영국에서 독일ㆍ미국ㆍ일본 등 지구자전 반대 방향으로 이동해왔다. 전통산업은 기술혁신과 인건비에 좌우되기 때문에 인접한 나라로 이동했다.

그렇다면 최근 부각되고 있는 정보기술(IT)ㆍ바이오기술(BT)ㆍ나노기술(NT) 등 신성장산업과 융합산업도 전통산업처럼 지구자전 반대 방향으로 이동할까.


신흥산업은 마치 화산이 폭발하는 것처럼 기존 경제 주도권과 상관없이 솟아나듯 발전하고 있다. 설사 경쟁관계에 있는 회사ㆍ국가 간에도 협력이 이뤄지고 있다. 협력과 융합이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대세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관점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국가 간 협력은 필수적이다. 시기가 문제일 뿐 FTA는 이미 세계 경제질서를 재편하는 강력한 수단이다. 논의의 중심은 협정을 발효시키느냐 마느냐보다 어떻게 성공적으로 하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한미 FTA 발효가 코 앞으로 다가왔고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면 협정 백지화 등을 둘러싼 관념적 대립을 계속하기보다 발효 이후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한 보완대책을 서둘러 마련하고 시행하는 데 모든 경제주체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경쟁력 제고·보완 대책에 힘 모으고


시험인증 분야를 예로 들어 보자. 시험인증은 여행비자와 같다. 수출의 필수요건이다. 국내 시험인증 컨설팅 시장은 전체 수출입 규모의 0.2% 수준이라 자칫 관심 밖이 되기 쉽다. 하지만 모든 산업의 품질과 기술 경쟁력을 높이는 기본이며 수출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분야다. 장기적으로는 협력과 융합 등 차세대 성장동력의 기본 요건이다. 세계적으로 경제 주도권을 잡고 있는 미국ㆍ영국ㆍ독일ㆍ스위스 등 일부 선진국에서 세계의 시험인증 시장을 장악하고 좌지우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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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가 발효되면 시험성적서 및 인증서 상호 수용에 대한 원칙이 적용된다. FTA 체제 하에서는 상대국 수출에 필요한 인증을 국내 시험인증기관에서 취득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국내 시험인증기관들이 경쟁력을 갖추지 않으면 자칫 '풍요 속의 빈곤'이 되기 쉽다. FTA에 따른 교역량 증가와 탈(脫)현지화는 수출입품의 시험ㆍ검사ㆍ인증 수요 증가를 불러온다. 미국은 전세계 기술표준과 경제규범을 주도해나가는 나라인 만큼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FTA로 더욱 커질 시험인증 시장을 고스란히 넘겨줄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지식경제부를 중심으로 시험기관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 방안을 추진하고, 지난해 지경부 산하 6개 시험인증기관을 화학융합시험연구원 등 3개로 통합한 것은 잘된 일이다. 물론 아직 글로벌 시험인증기관과 경쟁하기에는 미흡하지만 통합기관들은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체질 개선에 매진하고 있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다. 각 경제주체의 실핏줄들이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FTA의 열매를 따기 어렵다. FTA는 언론에서 얘기하는 자동차ㆍ전기전자 등 큰 규모의 경제주체들에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다. 개별 주체들이 시스템을 갖추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양 극단 피한 中道의 지혜 본받아야

국민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결정일수록 극단에서 이뤄지지 않아야 보다 큰 이익을 내고 좋은 결과를 도출해냈다는 것은 역사가 우리에게 가르치는 교훈이다. 세종대왕은 토지세 개선을 위해 정책안을 제안하고 여론을 수렴한 데 이어 몇 년에 걸친 시범사업까지 하며 '하자' '말자'라는 극단을 피하는 중도를 선택, 역사에 남는 결정을 했다.

한미 FTA도 우리가 열매를 거두려면 극단과 극단이 아닌 중도를 택해야 한다. 결정은 빠를수록 좋다. 무엇보다 모든 분야의 경제주체들이 FTA의 주인공이 돼 '시행하자' '하지 말자'라는 극단을 버리고 각 시행시기에 맞춰 작동될 수 있는 인프라와 시스템을 미리 준비해야 진정한 실익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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