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무리한 요구하는 VIP 대처 방법은"

■ '최고 인기 직장' 은행 면접… 뭘 물어보나 봤더니<br>스펙 만으로는 선발 한계<br>뻔한 시사·경제·상식보다 허 찌르는 돌발 질문으로<br>창의성·소통능력 테스트


올 초 서울 사립대학을 졸업하고 취업 재수 끝에 최근 한 시중은행 2차 면접을 본 K씨.

그는 지금도 면접장에서 당황한 기억을 떠올리면 얼굴이 화끈거린다.


K씨는 "'은행의 VIP가 각종 절차를 무시하고 빨리 업무를 보고자 요구한다면 어떻게 처신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았다"며 "시사적인 질문을 생각했는데 예상이 빗나가는 순간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원칙적으로는 절차를 중시하면서도 VIP의 요구를 외면하기 힘든 딜레마적 상황에 가까웠다"며 "사회생활 경험이 전혀 없는 수험생 입장에서는 순발력 있게 응대하기 어려운 질문이었다"고 한숨을 지었다.

최고의 직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금융회사, 그 중에서도 은행은 경쟁률이 100대1을 넘길 정도로 문턱이 높다. 특히 당락을 가르는 마지막 관문인 면접은 최근 비중이 더 커졌다. 역으로 보면 은행도 면접을 통해 뛰어난 재목을 걸러내야 하는 만큼 최상의 질문을 만들기 위한 고심이 적지 않다.

은행 채용이 최종 면접을 끝내거나 마지막으로 남겨두는 등 막바지에 다다르면서 취업준비생은 물론 2ㆍ3학년 학생들도 어떤 질문이 나왔는지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서울경제신문이 올 하반기 시중은행 면접을 조사한 결과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까다롭고 창의적인 두뇌를 요구하는 질문이 많았다.


은행은 특히 고객과의 소통 능력, 조직 적응력, 창의적 발상, 금융인으로서의 소양 등을 집중 점검했으며 대안 제시 능력을 갖춘 인재를 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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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은 개별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은행과 관련된 이런저런 상황을 설정하고 이를 개선할 수 있는 자신만의 방법을 요구했고 우리은행은 몇 가지 이슈를 던지고 논리적이고 창의적인 발상을 할 수 있는지, 은행과의 연관성은 없는지 등 사고력을 살폈다.

'통섭형 인재'를 강조하고 있는 국민은행은 역사ㆍ문학ㆍ철학적 이슈를 제시하고 평소 생각을 물었다. 은행 관계자는 "답변을 통해 업무를 바라보는 태도, 더 크게는 가치관, 인생관 등을 가늠할 수 있다"며 "특히 상대방을 배려하면서도 사안을 종합적으로 인식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어떤 소설책을 읽었다면 그 안에서 금융인으로서 수용해야 할 점을 찾아내 현실과 접목하는 능력이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스펙에서 드러나지 않는 소통 능력을 보기 위한 면접 질문도 많았다.

하나금융과 함께 합숙면접을 하고 있는 IBK기업은행은 1차 합숙면접을 통해 사회경제 이슈를 던지고 집단 토론을 부쳤다. 특정 주제에 대한 자신만의 생각을 조리 있게 표현하는지, 또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토론에 임하는지가 핵심 포인트다.

은행들은 은행가로서의 기본 소양, 면접에 임하는 태도도 빼놓지 않고 점검했다.

국민은행은 면접자들에게 은행의 총자산순이익률(ROA), 자기자본이익률(ROE) 등을 묻거나 자신의 성격상 약점, 실패 사례 등도 질문했다. 신한은행도 수험생 본인이 작성한 자기소개서를 중심으로 10분 이상 집요하게 물어보는 등 인성면접을 중시했다.

기업은행은 합숙면접에서 드러난 수험생의 태도, 가령 앉아 있는 자세나 말하는 태도 등까지도 일일이 체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시중은행 인사 담당자는 "학벌 등 기본 스펙에 근거한 형식적인 면접만으로는 인재를 가려낼 수가 없어 선입견을 배제한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며 "특히 종합적이면서도 분석적인 사고, 남과의 융화, 주인정신, 자신감 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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