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김 회장 조건부사퇴 “기로”/이 대표중재 기아사태 급반전

◎당정 “임 통산과 회동서 합의” 주장/기아 “자구후 퇴진 불변” 일단 일축/경영진 일부선 사퇴론 수용시사… 향후 거취 촉각김선홍 회장의 「조건부사퇴론」의 진상은 무엇인가. 이 문제와 관련된 정부·정치권·채권금융단·기아 등 이해 관계자들의 얘기가 다르다.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김회장이 사표를 제출하되 그 수리는 유보한다는 입장을 제시했고 김회장이 이에 동의했다는 것이다. 실리와 명분을 찾았다는 것. 반면 기아의 공식입장은 『지난달 제출한 퇴진각서(자구노력후 퇴진)에서 변한 것은 없다』며 조건부사퇴설을 일축하고 있다. ▲당정=신한국당에서는 김회장이 「조건부사퇴」를 밝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회창 신한국당 대표의 측근인 서상목의원이 중재해 임창렬 통산부장관과 김회장이 회동을 갖고 사태해결방안을 집중 논의한 끝에 김회장이 채권은행단의 사퇴요구를 받아 들여 금명간 사표를 제출하되 수리여부는 기아의 자구노력을 지켜본 뒤 결정키로 원칙적인 합의를 보았다는 것이다. 기아는 김회장과 임장관과의 면담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이에대해 임장관은 『최근 김회장을 만나 기아사태 수습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어느 한 쪽은 거짓말을 하는 셈이다. 통산부는 지난 14일 한·호주 통상장관회담을 위해 호주를 방문중인 임장관이 이날 하오 통산부와의 전화통화에서 『최근 김회장을 만난 것은 사실이다. 통산부가 산업의 주무부처로서 기아사태 수습에 노력하고 있다』고 전해 왔다고 밝혔다. 정부는 김회장의 조건부 사퇴에 긍정적이다. 강경식 부총리는 『김회장의 경영권포기각서 수리여부는 주총 등 회사법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하며 채권단이 개인회사 경영진의 사표를 수리하기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김회장이 조건부 사퇴의사를 표명하더라도 한동안 그의 유임을 인정할 것임을 시사했다. ▲채권단=유시열 제일은행장은 『김회장이 사표를 제출하고 자구계획을 강도높게 추진하면 기아의 경영진을 당분간 교체하지 않고 제 3자매각 대신 기아의 자력회생지원에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김회장이 금명간 조건부 사퇴의사를 밝히면서 사표를 제출하면 기아그룹의 5개 주력사에 1천8백81억원의 회생자금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기아의 공식입장=송병남 기아경영혁신기획단 사장은 김회장의 조건부사퇴설과 관련,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김회장이 림장관을 만난 적도 없으며 자신에 대한 조건부 사퇴론을 근거없는 낭설이라고 말했다』고 전하고 『김회장의 사퇴문제에 대한 기아의 입장은 지난달 29일 채권단에 제출한 자구계획 이행각서와 조금도 변한 것이 없다』고 밝혔다. ▲기아의 다른 입장=기아내부에서는 다른 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회장이 제3자 인수를 추진하지 않고 자력회생을 지원한다는 조건이라면 사퇴론을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것. 한 관계자는 『김회장이 당초 15일에 개인성명서발표를 통해 최고경영자로서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자신의 거취문제에 대한 입장을 표명키로 했었다』고 밝혔다. 공식입장과 비교하면 김회장의 사퇴를 놓고 이견이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다. 이같은 의견을 종합하면 최소한 김회장은 조건부사퇴에 대한 입장을 어떤 형태로든 밝혔던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기아가 이를 공식부인하고 나선 것은 경영진·노조가 기존 입장을 고수키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김회장의 다음 행보가 더욱 관심을 끌게 됐다.<박원배·정승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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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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