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자동차보험의 검은 선택] <3> 선진국은 어떻게 접점 찾았나

정공법 택한 日, 국민에 실상 알리고 보험료 10%이상 올려<br>"걸을 수 있는 환자는 통원 원칙" 여론 지탄 받던 의사들 자정결의<br>진단서 요구해도 절대 안끊어줘<br>유럽·美는 일반환자와 구분 안해



일본의 자동차보험 진료수가는 건강보험에 비해 평균 1.4배가량 높다. 우리나라 역시 경추염좌 기준으로 2.2배 수준이어서 별반 차이가 없다. 관전 포인트는 교통사고 환자의 입원율. 일본은 지난 2008년 기준으로 6.4%에 그친 반면 우리나라는 60.6%(2009년)에 달한다. 우리나라가 일본에 비해 무려 10배가량 높다. 양국 교통사고 환자의 입원율이 이렇게 벌어지는 요인은 무엇인가. ◇정공법을 선택한 일본정부=일본이 처음부터 자동차보험과 진료수가 문제를 놓고 멋진 접점을 갖춘 것은 아니다. 1970~1980년대까지만 해도 일본 역시 현재의 우리나라 사정과 매우 유사하게 '자동차보험을 둘러싼 모럴해저드(도덕불감증)'로 골치를 썩었다. 당시 일본에서는 교통사고를 당하면 무조건 입원했다. 풍족하게 나오는 보상금으로 자동차 사고를 당한 사람들은 고개 숙여 웃음을 지었지만 보험사들은 적자 경영으로 휘청거릴 수밖에 없었다. 오죽하면 "더 이상 자동차보험을 팔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보험사가 등장했을 정도. 당시 일본은 건강보험 1점당 10엔을 지급하는 데 반해 자동차보험 1점당 25~30엔을 지급해 교통사고에 따른 장기입원환자의 양산을 부추겼다. 현재 우리나라의 부재(나이롱)환자와 과잉진료에 따른 보험금 누수현상과 같은 상황이었던 셈이다. 결국 이런 문제점이 사회문제로 부각됐고 개선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이때 일본 정부가 선택한 카드는 운전자와 병원 등 자동차보험 수혜자들을 향한 정공법이었다. 교통사고와 자동차보험을 둘러싼 각종 모럴해저드가 사회문제로 떠오르자 일본 정부는 국민들에게 실상을 가감 없이 알린 뒤 보험료를 10% 이상 올리는 결단을 내렸다. 아울러 의료계의 자정을 촉구하는 동시에 운전문화에 대한 개선캠페인 등 일본 국민 모두의 동참을 적극 호소했다. 결정적인 질적 변화는 의료계에서 시작됐다. 사회로부터 지탄을 받던 의료계는 급기야 '48시간 규제조항'과 '보행이 가능한 환자는 통원을 원칙으로 한다'는 자정결의를 했다. 48시간 규제조항은 부득이한 사정이 아니라면 환자를 48시간을 초과해 입원시키지 않도록 진료소 관리자가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득로 손해보험협회 상무는 "일본의 48시간 입원기간 제한 규정은 2007년에 폐지됐지만 폐지 이후에도 보행 가능한 환자는 입원시키지 않는다는 의사들의 방침이 사회적으로 정착되면서 낮은 입원율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골칫거리인 '나이롱 환자'는 일본에서는 발을 붙이기 쉽지 않다. 교통사고 환자의 경우 대개 큰 병원에 이송되며 치료를 마친 경미한 환자에게는 곧바로 퇴원하도록 유도한다. 환자가 설사 작은 병원(유상진료소∙19병상 미만의 의원)으로 옮기고 싶다고 해도 소개장을 잘 써주지 않는다. 나이롱 환자가 발생하기 어려운 환경인 셈이다. 마리아 타크노부 솜포재팬 서비스센터 기획부 과장은 "30년 전에는 의사가 진료를 하면 할수록 돈을 더 받고 환자들 역시 휴업손해 등을 통해 오래 입원하는 경우 돈을 더 받게 되는 구조였다"며 "의사들이 자정결의를 한 후 피해자가 진료소견서(진단서)를 요청해도 의사의 고유권한이라고 말하고 아예 내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치료비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도 일본의 입원율이 낮은 이유 중 하나다. 나해인 보험개발원 자동차보험본부장은 "일본에서는 교통사고 피해자가 치료를 모두 마친 뒤에 합의하므로 향후치료비라는 게 없다"며 "보상금을 더 받기 위해 부상 정도를 과장하거나 입원기간을 늘리더라도 큰 이득이 돌아가지 않기 때문에 입원율이 낮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교통사고 환자 구분 없는 유럽=보험 선진국인 유럽 국가들은 일반 환자와 자동차보험 환자를 구별하지 않는다. 독일과 오스트리아는 입원기간이나 진료수가를 똑같이 적용하고 있다. 교통사고 피해자의 치료비를 건강보험조합이 먼저 지불하고 추후 보험사에 청구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공적보험 환자와 사적보험 환자를 구별하지 않고 치료하는 셈이다. 이탈리아와 영국도 자동차보험 환자나 자동차보험 진료수가가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다. 사고진료비를 국민보건서비스(NHS)라는 기관이 부담하고 대신 보험사는 보험료의 일정 비율을 NHS에 납부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서다. 이러한 이유로 자동차보험 환자에게도 일반환자와 동일한 의료 서비스와 진료수가를 적용하는 것이다. 미국도 교통사고에 적용하는 진료수가가 따로 없다. 피보험자가 내는 보험료에 따라 병원이나 진료의 수준이 결정되므로 일반환자와 구별하지 않는 것이다. 나 본부장은 "외국에서는 대부분의 교통사고 환자가 건강보험 환자와 구분 없이 진료를 받고 있고 자동차보험의 진료수가 체계도 건강보험을 기준으로 대체로 일원화돼 있다"며 "이를 통해 부당청구 등의 진료비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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