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광주·대전 향토업체 줄줄이 쓰러져/경기부진·과잉시설투자 후유증까지 겹쳐/“일단 살아나자” 판매제휴 등 대응책 부심대형 유통업체의 지방 진출이 잇따르며 지방 유통업체들이 고사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22일 부산미화당 백화점이 부도났고 이에 앞서 광주 화니백화점도 무너졌다. 대전의 슈퍼마켓들은 가격파괴점들의 진출여파로 줄줄이 쓰러지고 있다. 이에 따라 지방 유통업체들이 생존을 위해 제휴에 나서는 등 대응전략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부산=롯데, 현대 등 서울지역 대형 백화점들의 부산진출과 매출부진, 과잉시설투자에 따른 금융비용부담 등으로 지역 향토백화점이 설 땅을 잃어가고 있다.
현대백화점이 지난 95년 8월 부산 동구 범일동에 지상9층, 지하6층 매장면적 6천3백평 규모의 백화점을 개점한데 이어 롯데는 오는 12월 부산 서면에 지상11층, 지하5층 매장면적 1만2천평에 달하는 국내 최대규모의 백화점을 개점한다. 이 여파로 올 3월 유나백화점, 6월 태화백화점에 이어 지난 22일에는 (주)미화당이 연달아 쓰러져 부도 도미노가 우려된다.
◇울산=현재 울산지역에 2천평이상의 대형 할인매장 진출을 계획하고 있는 업체는 모두 4개. 롯데는 2000년 롯데백화점 울산점 개점계획과 별도로 울산시 남구 달동에 3천여평 규모의 대형 할인매장을 계획하고 있다.
96년 공사에 들어간 롯데는 최근 6천8백평 규모의 각종 편의시설 보강을 위해 설계계획 변경을 울산시에 신청하고 98년 8월 개점할 예정이다.
까르푸는 대규모 아파트들이 새로 들어서고 있는 울주군 농소읍 호계리에 6천평 규모의 대형 할인매장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농심도 울주군 삼남면 교동리에 3천2백평 규모의 「메가마트」울산점을 98년 5월 개점예정이다.
이같은 할인매장들의 개점으로 지역 유통업체들의 매출부진이 갈수록 심화, 부도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광주=신세계가 전체시장의 40∼50%의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9월 동양최대 규모라는 할인점 형태의 나산 클레프가 오픈, 유통시장의 기반을 흔들어 놓고 있다. 롯데도 구 대인동 터미널부지에 백화점을 내년 말께 문을 열 계획이다. 여기에 까르푸진출도 예정돼 있어 향토백화점의 몰락은 자명한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송원백화점의 정규섭 기획부장은 『대기업들의 출점으로 유통시장의 공급과잉을 초래해 과당경쟁으로 이어지고 이는 모든 점포의 채산성 악화를 낳고 있다』며 『대부분 위탁판매형식이기 때문에 매입이 타지역에서 이루어져 모든 잉여가 타지역으로 유출, 취약한 지역경제를 더욱 어렵게 한다』고 말했다.
◇대전=대전지역 65개 슈퍼마켓들로 구성된 대전슈퍼마켓조합은 최근 대전지역에 대형 할인매장이 잇따라 문을 열며 슈퍼마켓소비자를 대거 유인, 문을 닫는 슈퍼마켓이 늘어남에 따라 집단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한국은행 대전지점이 발표한 8·9월중 대전지역 어음부도율에서도 슈퍼마켓의 위기를 쉽게 읽을 수 있다. 슈퍼마켓을 포함한 도소매업체의 부도액이 8월 전체 고액부도액의 50.8%에 달했고 9월에도 30%에 육박했다.
까르푸 대전점이 지난해 10월 둔산에 개장하며 인근 아파트지역 상가 및 인근지역 슈퍼마켓들이 심각한 타격을 받기 시작, 지역 슈퍼마켓들이 하나 둘씩 문을 닫게됐다. 이러한 위기의식은 지난달 마크로 대전점이 서구 월평동에 문을 열며 생존위협으로까지 확대됐다.<부산=유흥걸, 대전=박희윤, 광주=김대혁, 울산=김광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