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2차 규제개혁장관회의] 도시·건축, 지나치게 장밋빛 일색… 인허가권 쥔 지자체 참여없인 공염불

관리·녹지지역 공장 건폐율 허용 등은 재탕<br>장기 미집행 도로 부지 활용도 실효성 의문<br>특단 대책없인 '연간 5.7조 투자' 어려울 듯


정부가 '제2차 규제개혁장관회의'를 통해 발표한 '도시 및 건축규제 혁신 방안'은 그간 민간투자에 걸림돌로 작용해온 각종 칸막이 건축규제와 빗장을 대거 풀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나랏돈을 풀지 않고도 민간투자를 유도해 경기를 활성화하는 데는 건축 및 입지규제만큼 효과가 확실한 게 없기 때문이다. 여러 부처가 함께 걸려 있는 덩어리·복합규제를 혁파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정부는 이를 통해 연간 5조7,000억원의 신규투자 효과가 발생하고 설계부터 건축허가까지의 소요기간을 200여일에서 100일로 싹둑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허가제도를 통폐합하고 심의위원회의 자문범위를 명확히 하는 등 수요자 맞춤형 지원을 통해 연 4조원에 달하는 건축산업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이런 방안은 지나치게 장밋빛 일색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건축 분야는 실제 인허가의 칼자루를 쥔 일선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이 움직여주지 않으면 공염불이 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건축과정에서 발생하는 민원을 이유로 일선 지자체 창구에서 인허가를 반려하거나 보완을 요청하면서 시간을 끌기 일쑤다. 과거보다 많이 개선됐다지만 이런 난맥은 엄연한 현실이다. 민간이 건축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사고가 경직돼 있고 소극적인 유권해석으로 일관하는 일선 지자체 공무원을 일일이 설득하는 작업을 벌여야 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지자체의 유권해석이 상위 법령인 건축법령과 조례보다 강력한 규제로 작용하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조례상에 없던 재건축 소형의무비율 '30%룰'을 강요했던 서울시와 극단적인 갈등을 빚다가 결국 두 손 두 발을 든 개포주공 아파트단지들이 대표적인 사례다. 특단의 대책 없이는 '예산투입 없이 향후 10년간 26조원 투자 조기화'라는 정부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대지 일부를 공중을 위해 기부채납하거나 에너지 절약형 건축물을 지을 경우 용적률 인센티브를 주고 도로 사선제한 규제를 폐지하는 등의 내용 역시 지자체의 재량권에 따라 민원인 간 희비가 엇갈릴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관련기사



국토교통부의 한 고위관계자도 "인허가권자인 지자체 공무원에 따라 개별 사업에 대한 인허가 기간이 춤을 추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것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지자체가 움직이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라는 의미다.

관료사회가 규제완화 추진이라는 강박관념에 이미 추진 중인 제도개선안을 슬쩍 집어넣었다는 비난도 나온다. 입지규제 최소지구와 관리·녹지지역 공장 건폐율 허용 등은 기존에 발표한 것의 재탕이다. 2년 한시로 건폐율이 기존 20%에서 40%로 늘어나게 된 녹지·관리지역 기존 공장 증축은 지난 6월에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입법 예고된 바 있다.

10년 넘게 방치된 장기 미집행 도로·공원 예정부지를 활용해 향후 10년간 26조원의 건축투자를 활성화하겠다는 내용은 점입가경이다.

지자체의 중기재정계획을 반영해 실현 가능한 장기 미집행 부지를 가리고 집행 계획상 포함되지 않는 부지는 해제하겠다는 내용이지만 사실상 정부가 미집행 도시계획시설의 무한 해제를 허용·권고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재정이 바닥난 지자체일수록 보상 후 공원화보다는 개발 쪽으로 기울 가능성이 높다. 지자체의 해제 신청이 빗발칠 것이라는 얘기다. 벌써부터 난개발 가능성을 우려하는 지적이 적지 않다.

민간 연구기관의 한 연구위원은 "중앙부처 공무원이 규제를 하나 없애면 세부 시행규제가 하나 더 늘어나는 일이 빈번하다"며 "현재도 상업용 부동산의 공급과잉으로 공실이 늘고 수익률이 점점 떨어지고 있는 만큼 정부가 규제완화의 효과와 부작용 등을 제대로 관리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