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천성산 터널 현장 르포] "또 공사 중단되나" 어수선

"정말 어렵게 재개했는데…이젠 지쳤다"<BR>인부들도 일손 잡히지 않는듯 우왕자왕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터널공사를 맡은 건설회사 직원들이 정부와 종교ㆍ환경단체간 터널공사에 대한 공동환경 영향조사가 합의된 다음날인 4일 울산시 울주군 삼동면 고속철 원효터널에서 작업을 벌이고 있다. /울산=이성덕기자

“이제 겨우 안정을 되찾아 공사에 탄력을 받으려 하는데 또다시 공사를 중단해야만 합니까.” 정부와 지율스님의 합의내용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4일 오전. 울산시 울주군 삼동면 천성산 고속철도 현장은 한마디로 침통한 분위기가 역력했다. 아직 터널굴착 및 진입도로 공사 등은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었지만 언제 공사중단 지시가 떨어질지 몰라 현장 내 600여 인부들 대부분은 일손이 제대로 잡히지 않는 표정이었다. 천성산 터널 울산 쪽 굴착작업을 시공 중인 SK건설 김부환 소장은 “지난해 11월 어렵사리 공사가 재개됐을 때 현장 내 작업자들 모두가 ‘이제는 제발 공사중단만큼은 없도록 해달라’며 기도하는 심정으로 일을 해왔다”며 “정말 어렵게 재개된 터널공사가 제대로 진행되지도 못한 채 기약 없이 중단된다면 직원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난감해했다. 이곳에서 만난 현장직원들 대부분도 같은 심정을 토로했다. 모 직원은 “지난번에도 추석명절을 앞두고 공사가 중단되는 바람에 공사재개 시기를 기다리느라 직원들 대부분이 고향에도 가지 못했다”며 “이제는 힘들고 모두들 지쳤다”고 말했다. 해발 812m 천성산에 고속철길을 뚫는 천성산 터널공사는 경부고속철 완전개통 시점을 좌우할 최대 난공사로 손꼽힌다. 부산과 울산을 잇는 13.3㎞의 공사구간 대부분이 암반층이어서 중장비를 동원, 하루 24시간 동안 꼬박 작업을 하더라도 최고 2.5m밖에 파고 들어갈 수 없는 어려운 공사구간이다. 이 때문에 정부와 지율스님의 합의대로 발파를 중단할 경우 사실상 공사가 불가능해진다는 것이 이곳 공사 관계자들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한편 천성산 터널공사가 중단되게 됐다는 소식을 접한 울산 지역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현장 주변인 울주군 상북면 궁근전리 일대 주민들은 “공사 발파로 엄청난 소음공해 등에 시달렸는데 이제라도 터널공사가 재검토된다니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울산시민단체 협의회측도 “정부가 지율스님의 요구를 늦게라도 받아들여 무척 다행이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상당수 시민들은 “터널공사가 환경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 지율스님이 목숨 건 단식을 했겠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실체도 확실치 않은 도롱뇽 문제로 국책사업이 갈피를 잡지 못해 안타깝다”는 시민들의 반응도 상당수에 달했다. 이홍기 현대건설 공무부장은 “현재대로 공사를 진행하면서 서로가 대안을 찾는 것이 국가적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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