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노동운동의 틀 바꿔라] <1> 中의 '治' 日의 '和'에서 新노사문화 배운다


지난 1월 27일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의 임시주총장. 쌍용차의 최대 주주인 중국 상하이차그룹의 천홍 총재는 “한국의 (노사)문화와 쌍용차의 기업문화를 존중하고 현 경영진과 쌍용차 직원의 고용 안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선언해 참석자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글로벌 경영을 위해 고용 유연성이 높은 자국의 문화를 벗어던지고 현지 기업의 노사 문화를 최대한 인정하겠다는 복안이다. 노사간 상생경영의 요구가 높아지면서 ‘중국의 치(治)’와 ‘일본의 화(和)’에 바탕을 둔 기업 경영이 주목받고 있다. 기업이 먼저 노조의 요구를 읽고 솔선해 실행하는 일본식 모범경영과 철저히 대화와 이해의 틀 안에서 갈등을 해결하는 중국식 경영이 신 노사관계의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중화 경영’으로 노ㆍ사를 아우른다=기업이 먼저 노조를 끌어안고, 다른 나라의 기업 문화도 얼마든지 아우를 수 있다는 ‘중국의 치(治)’는 지난 30여년간 추진해 온 ‘자본주의 실험’을 통해 얻은 중국만의 노하우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적극적인 해외 자본 유치를 위해선 탄력적 노사관계 정립이 필수적이었고 이 과정에서 기업이 먼저 나서서 노조를 끌어안는 선진국형 노사 문화에 비교적 일찍 눈을 뜰 수 있었다는 얘기다. 철저히 대화의 틀 안에서 노사갈등 해결을 유도하는 제도 역시 중화 경영의 든든한 바탕이다. 중국의 노동법이 노동쟁의는 인정해도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노조는 사측과의 갈등이 발생하면 노동쟁의중재위원회에 조율을 신청하는 식으로 쟁의를 벌일 수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파업 등에 따른 조업차질은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중국 베이징 등에 법인을 둔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모든 노사 갈등은 노조와 기업, 정부의 3자가 참여하는 제도적인 채널을 통해서만 조율되도록 한 중국 특유의 법제 덕분에 중국에선 노사갈등으로 공장이 멈추는 일이 없다”고 설명했다. ◇협상도 필요없는 일본의 노사문화=일본계 기업인 한국후지제록스는 조직원간 인간적 조화를 중시하는 ‘일본식 화(和) 경영’의 모범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 회사는 지난 2001년 노조의 무분규 선언 이후 5년 연속 무교섭 임금협상 타결의 성과를 얻어냈다. 한국후지제록스 관계자는 “무교섭 임금협상 타결이 가능한 것은 사측이 노조가 요구하기 전에 솔선해 투명경영 약속을 지키고, 노조가 이를 신뢰한 결과다”라고 말했다. ‘일본식 화 경영’은 이처럼 기업이 먼저 나서서 모범을 보임으로써 노조로부터의 믿음을 이끌어내는 문화로 요약된다. 한국은행은 최근 일본경제의 장기 불황에 대한 보고서를 통해 “(일본 기업들이) 노동자들에겐 고용을 확실히 보장하는 대신 이익을 나누는 ‘신뢰와 협력’의 일본식 노사 관행을 정착시킨 것도 기업 경쟁력의 원천”이라고 평가했다. 마쓰시타의 경우 종신 고용보장의 일본식 기업문화를 깨뜨리며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했지만 노조로부터의 신뢰를 통해 갈등을 무마한 사례로 꼽힌다. 이 회사가 지난 2001년 실시한 감원폭은 무려 8,000명선. 그러나 마쓰시타는 감원 목표 달성에만 집착해 무리한 정리해고를 단행하지 않고 50세 이상 임직원을 중심으로 희망퇴직을 받고, 퇴직자의 사후 직업개발 프로그램을 대대적으로 실시하는 등 구조조정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노력을 벌였다. 이는 노조의 양보로 이어졌고 결국 별다른 분규 없이 구조조정을 달성할 수 있었다. 한일경제협회 관계자는 “일본이 선진 노사문화를 이룰 수 있었던 저변에는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모범을 보임으로써 임직원들에게 도덕적 신뢰감을 줄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특별취재팀 정상범차장(팀장)·이진우·한동수·김호정·민병권·김상용기자 ssa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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