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조세정책 '두얼굴의 관료들'

재경부 작년 "부자들 지갑 열게 해야한다" 더니<br>1년만에 한나라 감세안에 반대 논리 보고서

재정경제부가 1일 한나라당의 감세(減稅) 처방에 대해 반대 논리를 총동원한 보고서를 내놓았다. 지난해 “부자들의 지갑을 열게 해야 한다”며 대규모 감세안을 내놓을 당시 보였던 입장을 생각하면 ‘두 얼굴의 관료들’이란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다. 재경부가 이날 ‘감세 논쟁 주요 논점 정리’라는 제목으로 내놓은 33쪽짜리 책자에는 국내외 연구기관의 자료는 물론 ‘공급경제학과 레퍼곡선’ 등 감세에 반대하는 온갖 학설들이 망라됐다. 심지어 80년대 레이건과 클린턴, 부시 정부의 사례까지 인용했고 일본과 독일ㆍ러시아 등 감세와 관련된 각국의 사례까지 모두 포함돼 한편의 학술논문을 연상시켰다. 동원된 문장도 ‘감세정책은 소득증가에 기여하지 못한다’ ‘경기부양 효과가 작다’ ‘소득재분배를 악화시킨다’는 등 감세 정책을 쓸 경우 나라가 금방이라도 결딴날 듯한 분위기마저 풍겼다. 이번 작업은 국회 상임위원회를 앞두고 우호적인 여론을 만들기 위한 것. 하지만 관료들의 자세를 놓고 비판적인 여론도 적지않다. 정부는 지난해 9월1일 소득세 인하와 특별소비세 폐지안을 발표하기 전에도 감세에 대해 부정적 반응을 보였지만 강도가 올해만큼 되지는 않았다. 정책 발표 후에는 ‘부자 지갑을 열기 위한 조치’라며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 당시 재경부의 한 고위당국자는 “재정지출은 소득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혜택이 돌아가지 않아 감세정책으로 이들에게도 도움을 주자는 폴리시믹스(정책조합)를 쓴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장관과 세제실장이 달라졌다고 하지만 쉽사리 이해하기 힘든 논리의 변환이다. 조세 당국의 모습이 이처럼 바뀌면서 일부에서는 관료들이 정치 논리에 너무 쉽게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의 경우 열린우리당이 한나라당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면서 감세 방안이 마련됐던 반면 올해에는 여당은 물론 청와대까지 감세에 거세게 반대하고 나서자 관료들이 ‘전위 부대’로 나섰다는 것이다. 국회 법안 심사 과정에서 여당이 또다시 야당의 입장을 부분적으로 받아들여 감세안이 부분 시행될 경우에도 정부의 ‘절박한 논리’가 계속될지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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