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증권범죄 수사와 교각살우

쇠뿔을 바로 잡으려다 소를 잡는다(교각살우ㆍ矯角殺牛). 작은 흠을 고치다가 도리어 큰 것을 잃을 수 있다는 말이다. 요즘 국내 권력기관이 총동원돼 닻을 올린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보노라면 이 사자성어가 떠오르는 이유는 뭘까.

합동수사단의 출범은 그야말로 전광석화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3월 초 새 정부 첫 국무회의에서 '주가조작을 엄단해야 한다'는 한 마디에 두 달도 안돼 검찰ㆍ국세청ㆍ금융감독원ㆍ한국거래소 등 권력기관들이 일사천리에 특수수사본부를 꾸렸다.


특정 세력의 주가조작이나 몰염치한 경영진의 불공정행위를 바로잡아 국내 자본시장의 질서를 확립하겠다는 데 토를 달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왜 하필 지금인가'하는 문제다. 사실 최근 주가조작이 증시에 딱히 큰 분란을 일으킨 적은 없다. 지난해 테마주가 기승을 부리기는 했지만 이는 왜곡된 투자습관 탓이 크다. 시장에서도 정부의 대대적인 증권범죄수사에 대해 '올 것이 왔구나'라는 반응보다 '웬 생뚱한 일?'이라는 의구심이 많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한 세수증대 차원에서 벌이는 일이라고도 해석하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더구나 해외와 달리 국내 증시는 침체국면이 지속되면서 시장의 아우성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증권범죄의 주요 타깃이 될 수밖에 없는 코스닥시장은 올 들어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과거와 비교하면 '새발의 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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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부터 증권범죄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되면 100~200개의 기업이 선상에 오를 수 있다는 추측이 나온다. 코스닥 상장사가 1,000여개인 점을 감안하면 시장의 최대 20%가 잠재적 범죄자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셈이다.

코스닥은 지난 5년간의 침체에서 벗어나 조금씩 꿈틀대고 있다. 올 들어 15% 올랐지만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 코스닥지수가 800선을 웃돌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소형주는 여전히 배고프다.

증권범죄 수사가 자칫 광범위하고 무차별적으로 진행될 경우 간신히 움트고 있는 코스닥시장의 싹을 짓누를 수도 있다는 점을 수사 당국은 명심해야 한다. 이는 현 정부의 중견중소기업 활성화와도 배치된다.

조직이 꾸려지면 응당 결과물을 내놓아야 한다. 하지만 권력기관의 섣부른 성과주의가 엉뚱하게 시장을 옥죄는 일로 이어져서는 결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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