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패션업계의 '악성 패러디' 논쟁

안길수 기자<생활산업부>

최근 중견 패션업체 두 곳이 제품 카피 문제를 놓고 악의적인 광고 포스터를 제작ㆍ배포, 상호 비방전을 벌이고 있는 등 ‘악성 패러디’ 논쟁이 한창이다. 사연의 전말을 보면 속옷을 생산하는 좋은사람들은 지난해 ‘예스’라는 브랜드로 신세대를 겨냥한 제품을 내놓고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다. 그러자 7개월 뒤 예신퍼슨스가 ‘마루이너웨어’를 선보이며 비슷한 컨셉트의 신제품을 내놓고 시장에 합류하면서 사건은 시작됐다. 좋은사람들측에서 ‘마루이너웨어’가 일부 ‘예스’ 제품의 패턴과 원단뿐 아니라 매장 디스플레이까지 무단으로 도용했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좋은사람들은 예신측에 ‘귀사의 일부 제품이 예스 브랜드와 상당 부분 유사하다. 이에 대한 시정조치를 취해달라’고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반면 예신측은 ‘예스의 일부 제품을 모방한 것이 아니라 해외 브랜드인 퍄샤드의 일부 제품을 벤치마킹한 것이기 때문에 이는 받아들일 수 없는 주장’이라고 맞서면서 카피 분쟁이 확대되기에 이르렀다. 사태를 심각하게 몰고 간 곳은 좋은사람들이었다. 이 업체는 최근 ‘마루이너웨어’를 비꼬는 광고 포스터를 제작해 ‘짝퉁 경보…계속 베끼면 마루바닥에 처박을 꼬야’라고 포문을 열었다. 이에 대해 맞대응을 자제했던 예신퍼슨스는 ‘예스’를 겨냥해 ‘무조건 Yes라고 말하는 사람보다 소신 있게 No라고 할 줄 아는 당신이 주인공’이라는 포스터를 전국 매장에 배포하면서 카피 분쟁이 감정 싸움으로 비화됐다. 이들 업체들은 사건이 진흙탕 싸움으로 불거진 데 대해 유감의 뜻을 밝히고 있으나 양보할 의사는 없다고 잘라 말하고 있어 감정의 골은 점점 깊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물론 한정된 시장에서 제품을 팔기 위해 업체들이 치열하게 경쟁을 벌일 수 있다. 또 그런 경쟁이야 말로 시장을 더욱 활기차고 생동감 넘기게 만드는 요인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도를 넘어선 비방과 흑색선전은 시장과 업체들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만 키워 업계 전체의 이미지를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경기침체로 의류시장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상생과 공존이라는 대의명제를 위해 한발씩 양보하는 성숙한 모습으로 ‘패러디 논쟁’을 접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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