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방에서 살아온 독거노인들이 경찰의 중매로화촉을 올린다.
3일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따르면 영등포역 인근 쪽방촌에 살고 있는 임진국(90)할아버지와 같은 동네에 사는 차갑선(75) 할머니는 어버이날인 8일 영등포 역전파출소 내에서 `화촉'을 밝힌다.
임 할아버지는 지난 27년간 하루같이 출퇴근 시간에 영등포역 앞에서 교통봉사 활동을 해온 지역의 유명인사로, 지난 4년간 쪽방촌에서 생활해온 차 할머니와는 최근까지 눈인사만 하던 사이였다.
두 사람에게 `부부의 연'을 맺어준 사람은 임 할아버지와는 양아버지-양아들의 인연을 맺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인 역전파출소 소속 경찰관 김덕기 경사다.
김 경사는 순찰 도중 알게 된 할머니에게 3월초 "외로운 사람들끼리 만나 여생을 서로 의지하면서 살면 어떻겠느냐"며 할아버지에 대한 마음을 떠봤고, 그 결과 할머니로부터 `쑥스러운' 승낙을 받아냈다.
결국 두 사람은 두달 간의 짧은 열애 끝에 혼약을 맺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결혼 소식에 영등포경찰서와 영등포 지하상가 번영회는 두노년의 앞날을 축복하기 위해 결혼 예식과 음식, 예복 등을 마련해주기로 했다.
결혼식은 영등포경찰서 정철수 서장의 주례와 코미디언 김정렬씨의 사회로 진행된다.
두 사람은 노년의 신혼생활에 대한 소감에 대해 "여생이 얼마가 될지 잘 모르겠지만 기대어 의지하면서 남은 삶을 즐기겠다"며 환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