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김승연 회장의 장기부재에 따른 경영공백을 막기 위해 '비상경영위원회'라는 최고 의사결정기구를 출범시켰다. 이에 따라 한화는 그동안 결정을 미뤄왔던 대규모 투자와 신규 사업계획 수립, 임원인사 등 그룹 차원의 주요 현안을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한화는 24일 김 회장 장기 부재와 글로벌 경기악화에 따른 위기극복을 위해 이날부터 '비상경영위원회'를 가동한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그룹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로 그룹 회장의 역할을 대행하는 구조로 SK그룹의 '수펙스추구협의회'와 비슷한 구조와 성격을 띠고 있다.
위원회를 이끌 위원장은 그룹의 원로인 김연배 한화투자증권 부회장이 맡게 된다. 위원회는 밑에 ▦금융 부문(위원장 김연배 부회장) ▦제조 부문(〃 홍기준 한화케미칼 부회장) ▦서비스부문(〃 홍원기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사장) 등으로 구성됐다. 이들 원로 경영인 3인과 함께 최금암 그룹경영기획실장이 실무 총괄위원을 맡는다.
위원회는 각 부문별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과 함께 현안을 논의하고 해결 방안을 도출하게 된다. 이에 따라 그동안 미뤄져오던 임원 인사와 주요 해외 투자 등이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원로 경영인을 도와 실무를 총괄할 최 실장이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한화 관계자는 "CEO 등 임원 인사가 곧 단행될 가능성이 높다"며 "아울러 이라크 추가 수주, 태양광 사업 확대 등 굵직한 경영현안들을 주도적으로 처리해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화는 지난해 8월 김 회장이 구속된 후 그룹 경영기획실(최금암 실장)을 중심으로 각 계열사 CEO들과 함께 책임경영체제로 운영해왔다. 그러나 김 회장의 공백이 길어지면서 올해 경영계획이나 주요 임원인사 등 그룹 차원의 주요 의사결정이 미뤄지는 등 경영애로가 쌓여왔다.
위원회를 총괄하게 된 김 부회장은 "최근 한화사건으로 물의를 일으켜 한화그룹 경영인의 한 사람으로 송구스럽다"며 "그룹은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지만 이번 사건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투명성을 더욱 확보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