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美 구제금융안 부결 쇼크] 답답한 투자자들 "金이나 살까…"

요동치는 증시에 일부는 펀드 환매<br>증권사엔 환율·금값 전망 문의도

30일 여의도 증권선물거래소에서 한 직원이 추락하는 코스피지수 그래프를 바라보며 어디론가 전화하고 있다.

폭락장이 예상됐던 30일 여의도에 있는 한 증권사 지점은 예상외로 조용했다. 객장을 찾는 투자자들의 발길이 거의 끊긴 상태에서 문의 전화만 간간히 울릴 뿐이었다. 기대와 달리 전날 밤 미국에서 전해진 구제금융법안 부결이라는 비보가 투자자들을 극도의 피로감에 젖게 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금융 위기의 유일한 희망처럼 여겨져 왔던 미국의 구제금융법안이 하원에서 부결되고 국내외 증시가 모두 큰 폭으로 출렁거리자 증시 전문가와 투자자 모두 할 말을 잃은 분위기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의 몰락과 함께 국내 증시가 폭락하고 환율이 폭등하는 가운데서도 미국 정부의 구제책만 나오면 금융 위기의 바닥에서 탈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왔기 때문이다. 배진묵 대우증권 자산관리센터 도곡점 센터장은 “개장 전에는 거의 공포 분위기였고 100포인트 이상 단숨에 빠질 것으로 우려하는 고객들이 많았다”며 “미국의 금융 구제책이 보완돼서 다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설명을 많이 드렸다”고 말했다. 배 센터장은 “외국에 자식을 유학 보낸 고객들은 환율에 매우 민감해져 있다”며 “지금이라도 금을 사야 하냐는 문의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한경중 한국투자증권 여의도PB센터 차장은 “고객들이 미국 금융 구제안이 다시 상정될 것 같냐는 질문을 많이 했다”며 “지금과 같이 빠질 때에는 움직이지 않고 지켜보는 것이 좋다고 말씀드렸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상준 SK증권 부천중동지점장은 “장 시작 전에는 모두 안절부절못했다”며 “몇 개월 동안 등락이 거듭되면서 투자자들도 피로가 쌓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지점장의 표현처럼 요동치는 증시에 ‘피로가 쌓인’ 투자자 중 일부는 증시를 떠날 결심을 하기도 했다. 주부 박모씨는 수익률이 마이너스 40%를 넘어선 중국 펀드를 환매하기로 결정했다. 박씨는 “펀드 만기일이 코앞으로 다가와 1년 정도 연장하고 기다려볼까 고민도 했다”면서 “그냥 남은 돈 찾아서 상호저축은행에 맡기고 증시는 쳐다보지도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5년차 회사원 김모씨는 “분산 투자한다는 차원에서 펀드를 다섯 종류로 나눠 가입했는데 모든 수익률이 마이너스 30%를 향하고 있다”며 “뭐부터 처분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허탈해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직간접 투자자들이 손실액이 커지면서 골머리를 앓는 가운데 금 투자자는 플러스 수익률을 조용히 만끽하고 있다. 회사원 최모씨는 “올해 초 주식형 펀드에서 갈아탄 금 펀드의 수익률이 20%를 넘었다”며 “이렇게까지 경제가 불안해질 줄 알았다면 더 많은 금액을 투자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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