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머니포커스/이슈리포트] 투신권 자금이탈과 금리상승

대우그룹 사태가 도화선이 돼 일파만파로 번지기 시작한 투신권의 자금이탈이 금리상승을 끊임없이 부추기고 있다.투신은 왜 이렇게 어려운 유동성 위기에 빠진 것인가. 97년말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단기금융회사인 종금사의 기능이 마비된 것으로부터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단기자금 운용기능이 투신권의 MMF와 단기공사채 상품으로 대체된 것이다. 98년 회사채 금리가 28%에서 8%대까지 하락하는 유례없는 채권강세장에서 투신사들은 장기채의 시세차익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펀드의 만기보다 훨씬 긴 채권을 대량 편입하기 시작했다. 금리하락기에는 효과적인 전략이지만 그 반대 경우에는 매우 위험한 투자전략을 투신권 전체가 사용했고 고금리 제시 경쟁이 불붙기 시작했다. 과거 종금이나 투금사들이 3개월 만기 기업어음(CP)을 이용, 단기자금을 운용했던 것과 비교해보면 후유증의 소지를 처음부터 안고 있었던 것이다. 특히 98년도에는 외환위기 이후 주식시장과 부동산 시장에서 빠져나온 자금과 실업자 증가에 따른 퇴직소득금액(국세청 기준으로 24조원이상)이 투신권에 몰리면서 투신권의 수탁고는 비약적으로 늘어났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은행, 보험, 연기금등 다른 금융기관들도 투신에 자금을 예치하는 것이 유리한 구조였다. 투신사들은 기존 채권투자에서 발생한 시세차익과 향후 금리하락에 따라 예상되는 시세차익을 바탕으로 실적배당상품임에도 불구하고 시중금리보다 항상 2~3%포인트 높은 금리를 확정적으로 지급하는 것처럼 광고했다. 금융기관들은 채권에 직접투자해 금리변동 리스크를 부담하는 것보다 2%포인트 이상 초과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안전한」 투신 상품에 대거 투자하게 된다. 일부 기업들은 자금수요가 없는데도 CP를 발행, 그 돈으로 투신권의 단기공사채형에 투자하기까지 했다. 그 CP를 사주는 금융기관도 투신사였지만 기업들은 이같은 이상한 투자기법으로 상당한 이익을 올릴 수 있었다. 투신사들이 확장 경영을 계속했던 이유는 성과보수없이 확정된 운용보수가 수익원의 전부였기 때문이다. 가령 18%를 제시했던 펀드가 22%의 수익을 올리더라도 운용보수는 고정돼 있다. 결국 투신사가 수익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실세금리보다 높은 수준으로 자금을 유인, 수탁규모를 확대하는 길 밖에 없었다. 이 과정에서 기존펀드에 편입된 자산의 수익가치 일부를 신규펀드로 옮기는 편법이 성행하게 됐다. 올 상반기 금리가 더이상 하락하지 않고 안정세를 유지하는 동안 투신권이 리스크 관리에 매진할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확장위주의 마케팅 논리를 과감히 꺾어버리는 회사는 많지 않았다. 최근의 금리 상승은 투신권에서 자금이 급격하게 이탈하면서 생긴 후유증이라고 할 수 있다. 빠져나간 자금들은 안정적인 운용처를 찾지 못하고 은행 단기예금으로 흡수되고 있다. 자금이 단기화되면서 어느 금융기관도 자신있게 장기채 투자에 나설 수 없게 됐다. 시중자금의 효율성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은행으로 이동한 투신권 자금은 투신에 있을 때와 달리 기업의 직접금융에 잘 활용되지 않고 있다. 대우그룹 여신과 협력업체 진성어음 할인, 추가자금 지원, 아직 드러나지 않은 은행권의 투신예치 자금중 대우편입부문에서 예상되는 대손충당 규모등을 감안할 때 은행들이 투신권에서 내놓는 회사채 매물을 쉽게 받아주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BIS비율의 저촉을 받지 않는 은행신탁 계정의 경우에도 대우채권 편입 및 투신권 예치자금에서 예상되는 수익률 하락등을 이유로 자금이 이탈하고 있어 회사채의 매수여력은 상당히 제한적이다. 이과정에서 직접금융 경로를 잃은 기업들이 CP, 회사채 차환에 애로를 겪고 있다. 자산의 운용여력이 있더라도 자금지원을 꺼리는 신용경색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회사채의 가치를 더욱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가 엔고와 풍부한 달러 유동성에도 불구하고 환율하락을 방어하는 정책을 고수하고 있으나 이는 인플레 억제정책과 상충된다는 점도 채권 투자심리를 냉각시키고 있다. 유가상승도 물가 상승압력을 가중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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