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중국 압박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위안화 추가 절상 문제를 놓고 미 의회가 보복관세 부과를 경고하더니 이번에는 재무장관이 나서 ‘실질적인 성과’를 보이라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특히 중국의 무역흑자규모는 또 사상최고치를 경신한 반면,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눈덩이처럼 불고 있어 압박의 강도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헨리 폴슨 재무장관은 11일(현지시간) 경제전문 채널인 CNBC에 출연해 “중국은 당면한 경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추가로 위안화 절상을 단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중국이 환율제도를 유연하게 운영할 지 좀더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 시절 월가 금융시장의 대표적인 ‘중국통’으로 통했던 폴슨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지난달 말 미 의회가 중국이 위안화 절상에 나서지 않을 경우 중국 수입제품에 대해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재차 으름장을 놓은 뒤 한 달도 채 안돼 나온 것이다. 폴슨 장관은 이날 “장기적으로는 자유경쟁 시장에서 위안화가 거래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중국은 금융시장을 개방하고 경쟁도 더욱 자율화해야 한다”며 중국 금융시장의 방향성 변화를 강하게 촉구했다. 그는 또 “중국 인민은행이 항상 위안화 문제에 대해 원론적인 범위에서 바른 소리를 하고 있지만 그때마다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며 “이제는 시그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중국 지도자들에게 특정 수준의 국내총생산(GNP) 증가율을 조언할 수는 없지만 그들이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경기를 과열로 이끌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월가 전문가들은 폴슨 장관의 언급에 대해 미국정부가 대중국 정책의 기조를 ‘조용한 외교’에서 ‘적극적인 압박’으로 전환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임자인 존 스노 장관이 중국의 유연한 환율제도를 강조하면서도 실질적인 압박조치를 취하지 않은 반면, 폴슨 장관은 중국 금융과 통화정책을 꿰뚫고 있어 한층 강도높은 정책들을 펼칠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1일에도 콜롬비아대학에서 가진 연설을 통해 “중국은 위안화 가치를 절상하고 외국인들에게 자본시장을 개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좀처럼 해소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대중 무역적자도 미국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다. 실제 6월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규모는 197억달러로 지난 10월 이후 가장 많았다. 폴슨 장관이 이날“중국은 수출기반 경제에서 소비기반 경제로 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것도 대중 무역적자의 확대를 경고하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편 폴슨 장관은 중국 위안화 및 통화, 거시금융 정책 전반에 대해 이 같은 의견을 전달하기 위해 내달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선진 7개국(G7)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담에서 중국 정부와 접촉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카를로스 쿠티에레스 상무장관도 11월경 미국 재계 관계자들을 이끌고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