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추사의 서… 우성의 조각… 두 거장의 작품 한자리에

11일부터 학고재갤러리서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 1786~1856), 순로향, 19세기 중반, 지본묵서, 29x120

우성(又誠) 김종영(金鍾瑛, 1915~1982), 작품 68-1 (s-058), 1968, 브론즈, 54×43×8cm

19세기 서(書)의 거장 추사 김정희(1786~1856)와 20세기 조각의 거장 우성 김종영(1915~1982)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전시가 11일부터 서울 삼청로 학고재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름 하여 '추사 김정희, 우성 김종영 : 불계공졸(不計工拙)과 불각(不刻)의 시(時)공(空)'. 말년에 이르러 '잘 되고 못 되고를 굳이 따지지 않는다'는 불계공졸의 경지에 올랐다고 스스로 자평한 추사와 조각을 하면서도 '굳이 새기지 않는다'는 불각을 자신의 예술관으로 내세운 우성의 만남이다.


두 사람의 접점은 얼핏 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시대도 다르고 장르도 다르다. 심지어 외부로 표출되는 성격마저도 참 달랐는데 추사가 까다롭기 그지 없고 불같은 성격을 지녔다면 우성은 매사를 침묵과 관조로 일관해온 사람으로 읽힌다. 하지만 둘은 인위를 배제하고 자연 그대로의 본질적 미에 다가가기 위해 일평생 집요하게 추구해온 예술가라는 점에서 그 누구보다도 서로 닮았다. 자연을 집요하게 추궁함으로써 단순하지만 명확한 질서를 추출하고 그것을 '복합성'과 '혼융(混融·섞이어 융화됨)'이라는 종합적 형태로 표현해냈다는 점, 각각 중국 서예와 서구 미술을 수용하면서도 한국의 미와 정신을 담아 재해석, 높은 국제적 평가를 받은 공통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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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의 기획은 우성 김종영이 살아 생전 추사를 존경하는 인물로 꼽으며 그의 영향력을 거듭 언급한 데서 착안했다고 한다. 자아, 절대추상과 구축미, 비대칭(asymmetry)과 조화, 서화일체라는 4가지 주제를 가지고 배치된 전시는 두 거장의 서로 다른 혹은 서로 닮은 모습을 대비시킴으로써 시공을 뛰어넘은 대화를 이끌어냈다. 이를테면 정반대의 필법으로 그려진 자화상을 통해서는 둘의 기질이 참으로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추사가 터럭 하나 놓치지 않는 무한대의 붓질로 자신을 있는 그대로 표현했다면 우성은 단 여섯 번의 붓질만을 가했다. 반면 놀랍도록 닮은 작품들도 보인다. 추사의 19세기 중반 작품 '순로향'은 글을 썼다기보다는 축조했다고 말하는 것이 더 어울릴 듯한 구축미의 결정이다. 곁에 놓인 우성의 추상조각과 일맥상통한다.

이번 전시는 김종영이 남긴 서예 작품과 드로잉을 대거 접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남긴 조각 작품은 230여 점인 것에 반해 서예와 드로잉은 그보다 훨씬 많은 1,000여 점, 3,000여 점을 남겼지만 그동안 대중에는 잘 공개되지 않았다. 10월 14일까지.


김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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